문화강국 하루아침 이뤄지지 않아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윤기종 ㈜그루 대표(사진)는 10여 년 간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거친 후 서울문화재단, 열린극장 창동 등 문화 재단 측의 관료 위치에서 삶을 살았다.

그런 그는 공연예술계에서 ‘슈퍼 갑’의 입장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자리에서 만족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배우의 삶을 살기도 했고 문화 행정가로도 지냈던 경험을 살려 ‘무대와 행정을 동시에 공조하는 문화행정가’의 길로 자연스럽게 들어섰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문화행정가의 방향에 맞춰 예술인이 따라가는 형태”라며 “예술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행정가가 예술가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몽마르뜨 언덕, 양반‧하층민의 ‘품앗이’

프랑스 몽마르뜨 언덕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소로 사람들에게 각인 됐으나, 실제 언덕은 별 볼일 없다. 언덕 뒤편에 위치한 미술상가가 유명할 뿐이다.

몽마르뜨 언덕이 예술의 메카로 자리 잡힌 것은 프랑스 정부가 화가들에게 ‘그림을 그려라 빵을 줄 테니’라고 화가들에게 지원 한 것이 배경이 됐다.

생계 걱정 때문에 예술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던 화가들이 소식을 듣고 하나 둘 모여들어 지금의 ‘몽마르뜨 언덕’이 조성된 것이다. 이런 선례는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한번 놀아봐 돈을 줄께’라고 놀이패들에게 제안한 것과 같다. 그러한 양반들과 하층민의 ‘품앗이’로 우리의 놀이문화가 전승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 현실이 몽마르뜨 언덕과 품앗이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예술가에게 도움을 줘야할 기관이 오히려 이윤 추구 쪽으로 지원 사업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이야기는 한과 질곡이 짙게 베인 드라마틱한 구조를 많이 지니고 있다”며 “정책적으로 잘 살려 다방면의 문화예술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면서 서양 문화가 동양의 정서로 흘러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러한 시류를 타고 한국의 수준 높은 문화를 알릴 수 있는데 한국인 기질상 움직임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우리 문화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각성시키며 리더십 있는 기관이나 단체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전통문화로 자긍심 키워야 할 때

윤 대표는 ‘한류’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류의 시초는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시작됐다.  “한류가 지속적으로 이어가려면 정부보다 민간 위주로 흘러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부는 한류가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사업을 확대해야 합니다. 먼저는 국민들이 자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필요도 있죠.”

그는 “우리나라가 사회‧경제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문화적인 코드로 한국인만의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토록 민족의 자긍심을 강력하게 말할 수밖에 없는 배경은 다음과 같다.

아트마켓을 진행할 때 외국인들이 늘 “한국은 왜 한국 고유한 것이 없나”라는 질문을 한다. 외국인들의 뼈 있는 질문에 그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우리의 것으로 그들과 교류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보편적인 내용이 부족합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알고 통용되는 이야기만 고집해서는 되지 않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전 전통 위에 대중성을 얹힌 문화 예술로 우리의 문화를 알려야 한다고 봅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앞으로 한국전통문화 교육사업을 펼치는 것이 목표다. 아이들의 손에 소고와 장구 등 전통악기를 쥐어줘 그 악기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만큼은 알게 하는 게 그의 뜻이다.

“아이들이 전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본적인 소양을 키워줘야 합니다. 교육을 통해서만 전통이 올바르게 전승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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