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른쪽 위부터) 음악감독 박칼린, 피겨스케이터 김연아,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힐러리 로댐 클린턴 미국무부장관,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자료 출처: 연합뉴스)

최근 한 개그 프로그램이 인기다. 여성과 남성을 대표한 두 당 대표. 걸핏하면 남성당 대표는 여성더러 ‘집에서 소나 키우라’고 괄시다. 구시대적 발상에 젖은 남성을 향해 훅을 날리는 여성당 대표의 말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란다.

하나의 개그에 불과하지만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박장대소한다. 그 배경에는 ‘공감’이란 키워드가 작용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수려한 말발로 보기 좋게 남성의 코를 눌러주는 여성의 당돌한 ‘권리 찾기’는 어쩌면 오늘날 달라진 여성상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만들었다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달라진 시대상을 절감케 하는 ‘이 시대의 여걸들’을 <기획>으로 만나본다.


지구촌 곳곳 여성 대통령·총리 대거 당선 ‘눈길’
최초 타이틀 건 女 법관·육군 대령·ROTC 등장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사회 각 분야에서 한국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KBS 예능프로그램인 ‘남자의 자격’에 출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음악 감독 박칼린(44) 씨.

그녀는 일반인과 연예인으로 구성된 42명의 아마추어 합창단원을 두 달 만에 프로급 합창대원들로 만들어 내며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엄격한 카리스마로 좌중을 휘어잡는 박칼린 씨의 리더십은 지금도 시청자들의 가슴 속에 진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

가요계는 이미 여자 그룹 가수들이 점령하고 있다. 소녀시대·카라·원더걸스 등 한류를 대표하는 여성그룹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당당히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삽시간에 오리콘·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며 세계 팬들을 이끌고 다니는 그들의 저력에는 미모뿐 아니라 춤과 노래, 예능감까지 탁월하게 갖춘 ‘실력’이 뒷받침됐다는 평가다.

스포츠계의 피겨퀸 김연아, 매년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정치계 박근혜(59) 한나라당 대표, 삼성가의 두 딸 이부진(41)·서현(38) 자매, 6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장군에 선출된 송명순(53) 육군 대령까지···.

과거 여성들이 남성 중심의 사회구도에서 보조자에 불과했다면 21세기는 여성이 이끌어 가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 세계는 지금 ‘여성 전성시대’
얼마 전 국내에 ‘여성 대통령’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전파를 타면서 여성 대통령의 등장이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인 바 있다. 하지만 지구촌 곳곳에는 이미 여성 정치 지도자가
세계를 무대로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파워의 대명사로 불리는 힐러리 로댐 클린턴(64) 미국 국무장관. 그녀는 1999년 당시 남편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외도한 사실을 알고도 그를 용서하는가 하면 그를 영원한 친구로 부르며 조언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 외교 분야에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장관에 오른 그녀는 대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대통령 후보로 거론될 만큼 미국인에게 사랑받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유럽과 아메리카권도 여성들의 역풍이 분다. 통일 독일의 최연소·최초 여성 총리로 당선된 앙겔라 메르켈(57) 독일 총리는 ‘독일판 철의 여인’으로 불린다.

끈기와 결단력으로 우파의 집권을 이끌어 낸 여성 정치인이란 점이 대처 전 영국 수상과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녀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지도력을 발휘했다는 평가 속에 지난해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지도자 순위 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줄리아 길러드 호주 총리는 지난해 6월, 49살의 나이로 호주 첫 여성 총리에 선출됐다. 그는 이어 8월 총선에서 정권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사상 첫 국민투표에 의한 선출직 연방정부 총리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이 밖에 아르헨티나 최초의 여성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58),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64)도 지난해 당선된 신인 대통령으로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여성 지도자들이다.

◆ 미모·학벌에 인품까지 갖춘 여성 리더들
과거에는 한국 여성 지도자의 성공이 가난과 차별이라는 역경을 이겨내고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성공을 이룬 사례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학벌과 외국어 실력, 재력까지 갖춘 여성들이 당당히 남자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

거기에 특유의 섬세한 조직 운영 능력과 미모와 인품까지 갖춘 여성에 대한 기대감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녀 호텔신라 이부진(41) 사장은 그 중 가장 촉망받는 여성 CEO 중 하나다.

빼어난 미모에 승부사적 기질까지 갖춘 그녀는 사업가의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는 지난 2001년 호텔신라에 입사해 상무·전무를 맡았으며 지난 2002년 한 해 매출을 4157억 원에서 지난해 1조 2132억 원으로 늘리는 성과를 보였다. 또 인천공항 면세점에 ‘루이비통’을 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 역사상 첫 번째 여성 사장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다. 삼성가의 차녀 제일모직·제일기획 이서현(38) 부사장도 여성파워 대열에 빠지지 않는 전문 경영인이다. 이 부사장은 제일모직 상무 시절부터 패션부문 기획담당 임원으로 실력을 다져왔다. 조직원과 잘 융화되는 그는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 CJ가의 장녀 이미경 CJ E&M 총괄부 회장, 한진그룹의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 등도 실력을 갖춘 여성 인사들이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보,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해외에서 학위를 받았고 STX 강덕수 회장의 장녀 강정연 씨는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사회계에서 지난해만여성 리더들이 대거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개원 12년 만에 첫 여성 부장판사로 박정화(45·사시 30회) 씨를 낙점했다.

지난해 7월 1일 임명된 조은희(49) 서울시 정무부시장,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첫 여성 원장으로 지난 6월 임명된 신혜경(55) 전 대통령실 국토해양비서관, 청와대 대변인으로 7월 발탁된 한국인터넷진흥원 김희정(39) 원장도 공직계에선 이미 유명한 인사들이다.

▲ (오른쪽 부터) 여성 장군 1호 송명순 대령, 여성 ROTC 훈련모습. (출처: 연합뉴스)

◆ 강해지는 ‘한국 여성상’
남성들의 독점 영역으로 여겨졌던 곳에는 이례적인 개혁이 단행됐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장성 진급 인사 발표에서 송명순 대령(52, 여군29기)이 준장으로 진급했다고 밝혔다. 송 대령은 전투병과 보병 출신으로 60년 만에 첫 여성 장군 1호라는 진기록을 남긴 인물이다.

이와 맞물려 지난해 12월은 국내 최초로 여성 학군장교(ROTC)가 탄생해 달라질 여성 리더의 시대를 예고했다.

그동안 남자 대학생들로 국한해왔던 ROTC. 이제는 군의 성벽마저 허물고 여성 학군사관생도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장 먼저 창설식에 나선 숙명여대의 한영실 총장은 “이제 군에도 섬세함과 사고의 유연성을 지닌 여성 전문 인력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며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할 여성 국방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국방부에 따르면 여성 ROTC의 지원율은 6:1로 남성보다 높다. 이후 전남대·명지대·고려대 등이 잇따라 여성 ROTC 창설식을 열고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강인한 여성에 대한 수요가 계속된 가운데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춘 여성 장교들의 사회 진출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청파동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217 숙명여대 학생군사교육단 창설식'에서 학군사관후보생들이 경례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