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은 세계 부호자리 1~2위를 다투는 인물이다. 대학을 졸업하지도 않은 그가 세계의 부호로 성공한 것은 대단하다. 그가 이번에 한국, 일본에 각각 1백만장의 마스크를 기증해 화제가 되고 있다. 마윈은 마스크를 보내면서 ‘산수지린 풍우상제(山水之隣 風雨相濟)라’는 문구를 포장지에 적어 보냈다. ‘가까운 이웃끼리 풍우에는 서로 돕는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재난을 당했을 때 이 말을 잘 쓰지만 고사에서 전해진 문구는 아니다. 구당서(旧唐书·忠义传·王义方)에는 ‘본래 수재에 서로 돕는 것은 소금과 매실을 나누는 것이다. 풍우에 서로 나눈 후에라야 백성을 위한 치적이 빛나는 것이다.(本欲水火相济,盐梅相成,然后庶绩咸熙,风雨交泰. 의역)’라고 나온다.

송나라 나대경 계림옥로 12권(宋·罗大经 鹤林玉露 第12卷)에도 ‘또한 계층 간의 난을 두려워해야 하며 수재에는 서로 돕고 소금과 매실을 나누는 것이 스스로 일을 담당하는 것이다(又恐因而阶乱,故水火相济,盐梅相成,各以一事自任)’라고 쓰여 있다.

마윈의 통 큰 기부는 아니지만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미담도 속속 알려지고 있다.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30대 한 젊은이는 2월 초 방역 업무에 나선 지역사회 관계자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마스크 130여개를 구해서 항저우주민위원회에 흔쾌히 기증했다.

얼굴 모습이 가장 닮은 중국과 한국, 일본인. 수천년 역사동안 애증이 얽힌 사이였다. 그런데 모 연구기관이 한·중·일 3국인의 DNA를 조사했더니 90% 이상이 동일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초기 철기시대 한반도의 지배 세력은 대륙에서 이주해온 집단이었다. 수천년동안 중국하고는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살았다.

명,청대 조선은 대륙을 사대(事大)하면서 ‘소중화(小中華)’로 대우를 받았다. 중국 인방의 제후국이 많았지만 서열 2번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사신들이 성절사로 연경을 가게 되면 황제를 알현하는 제일 앞자리에 배정됐다. 해변에 살던 조선 어부들이 조난을 당해 중국 땅에 들어가게 되면 특별히 구제를 받았다. 조선국인이 아니면 죽거나 갖은 고초를 당했다.

임진전쟁 중 명나라는 조선에 군대를 파견했지만 흉년이 들어 위기에 빠지자 식량까지 지원한다. 선조수정실록 27권, 선조 26년 4월 1일 기사를 보면 ‘황제가 산동(山東)의 군량 10만 석을 내려주어 배로 운송하여 군량을 보충하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에 선비들이 청나라 사람들을 오랑캐로 비하하는 경향이 있었다. 바로 명나라 멸망이후에도 숭명배청(崇明背淸) 사상이 뿌리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김창업(金昌業)은 조선 숙종 때인 1712년 연행정사(燕行正使)인 형을 따라 북경에 다녀왔다. 당시 가재연행록(稼齋燕行錄)을 펴냈는데 다소 뜻밖의 청국관이 보인다.

‘모든 일은 뇌물로 해결 한다’던 청인(淸人)들을 만나보니 ‘마음이 밝고 통이 크며 모든 일을 이치에 맞게 처리’하였다… 터무니없는 편견이 빚어낸 허상 역시 신빙성 있게 고쳐졌다. ‘음탕, 방탕한 오랑캐 황제’인 강희제는 ‘검약하고 백성을 사랑하여 태평을 이룩한’ 군주였고, ‘궁궐 15채를 사치스럽게 지어놓고, 전국에서 미녀들을 뽑아놓았다’고 알려진 창춘원(暢春園)은 실제로 보니 소박하고 건실하여 시골집 같았다(하략).’

코로나 19가 휩쓸고 있는 세 나라는 지금 위기상황이다. ‘비바람에는 이웃이 서로 돕자’고 선창한 마윈의 인도적 지원을 두고도 마스크 국적을 따지면서 비판하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한·중·일 세 나라는 어려울 때만큼은 협력하는 관계가 돼야 옳다. 그것이 숙원과 분쟁을 떨치고 평화를 지키는 희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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