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욕재계 이미지 ⓒ천지일보(뉴스천지)

신앙인의 몸가짐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목욕재계(沐浴齋戒)라는 말이 있다. 이는 목욕을 함으로써 심신(心身)을 가다듬고,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해 부정을 막는다는 의식이다.

그래서 산삼을 캐는 심마니들은 입산하기 전 목욕재계부터 한다. 산삼이 흔하지 않은 귀한 약재이기에 산신령께 이를 아뢰고 도움을 얻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설날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며칠 전부터 미(이)용실과 목욕탕은 물론 온천이나 찜질방까지 합세해 북새통을 이룬다. 이는 새해부터 육신의 묵은 때를 벗기는 것은 물론 내면의 더러움도 씻어 버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불교 역사가 깊이 스며들어 있기에 제사를 많이 지낸다. 전통 제사법을 보면 제사를 지내는 이는 제사를 지내기 전날 밤에 목욕재계 하는 것을 큰 철칙으로 삼는다.

제사음식을 만들 때는 음식의 간을 보는 것조차 허용이 안 됐으며 제사를 마친 후에야 먹을 수 있다. 조상들에게 먼저 바쳐야 할 음식을 아랫사람이 먼저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제삿날이 되면 돌아가신 조상님의 넋을 기리고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최대한 예를 갖춘다. 그러면 크리스천이 드리고 있는 예배는 어떨까.

오늘날 예배의 기원은 3500년 전 모세가 하나님께 드렸던 제사로부터 시작된다. 이를 보아 오늘날 전통제사를 지내기 위해 경건함을 갖추는 모습과 크리스천들이 예배 때 갖춰야 할 모습을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다.

옛날 유대인들은 성경을 필사하다 ‘야훼(하나님의 이름)’라는 단어가 나오면 반드시 목욕재계를 한 뒤 필사를 이어갔을 정도로 하나님을 경외했다.

현재는 유대인같이 할 필요는 없지만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적어도 목욕재계를 하고 정갈한 마음가짐으로 정비할 필요는 있다.

모든 크리스천들이 이것을 안 지키는 것은 아니지만 ‘선데이 크리스천’이라는 속어가 나왔다는 것은 일요일 예배에만 참석하는 형식적인 신앙인들이 많아졌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교회는 교인들이 하나님과 ‘소통하는 장’이라기보다 ‘친목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돌아가신 조상’의 영을 위해 목욕재계를 하면서까지 정성을 들이는 이들이 있는 반면 ‘살아계신 하나님’이라고 찬양하는 크리스천들이 얼마나 정성을 들여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있는지 신앙인이라면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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