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서울 신당데이케어센터를 방문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에서 즐거움이 묻어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미국과 견주어도 손색없어 대만족”

오전 8시~ 오후 10시까지 돌봐주는 노인들의 ‘어린이집’
이용객 만족도 높은데··· 아직도 ‘데이케어’ 이름도 몰라
운영자 “정원 안 차 경영난··· 정책적 홍보 절실” 하소연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4일 오전 서울시 신당데이케어센터. 이곳은 지난해 9월 첨단 시설을 들여 구에서 건립한 주·야간 치매노인전문복지시설이다. ‘서울형 데이케어센터’는 서울시가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9988 어르신 프로젝트’ 핵심사업 중 하나다. 이를 통해 시는 집에서 10분 거리 내에 치매 어른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데이케어센터를 마련함으로써 선진 복지시스템을 이룩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신당데이케어센터는 기존 소규모 복지시설과 달리 5층 건물 전체를 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곳은 첨단 장비들을 들이는 한편 해외 유학파 출신의 노인복지 전문가를 시설장으로 위임해 ‘선진 복지형’에 가장 가까운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센터는 대한불교조계종 연꽃마을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어 ‘심신 재활’과 ‘사회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곳이다.

일단 건물에 들어서면 쾌적한 환경이 눈에 들어온다. 마사지실·물리치료실·노래방 기기와 오락기구 등을 갖춘 놀이교실을 통해 생활 속 치유가 가능하게 했다. 이·미용이 가능한 목욕시설, 화훼재배가 가능한 하늘공원, 42명 정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지하식당도 주목을 받는 부분 중 하나다.

▲ 미술 치료 등이 가능한 놀이교실부터, 맛사지실, 식당 등을 갖춘 신당데이케어센터 내부. ⓒ천지일보(뉴스천지)

정수진 신당데이케어센터 시설장은 “기존 치매노인시설이 10~20명 소규모로 노인을 수용할 수 있는 반면 이곳은 5층 규모에 노인들을 위한 교육시설 등이 다양하게 들어서 있다”며 “미국형 데이케어센터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기자가 방문한 4일 오전에는 놀이교실이 끝나고 어르신의 목욕이 한창이었다. 목욕을 마친 할머니들이 따뜻한 방으로 들어오자 요양 보호사들은 헤어드라이어로 할머니들의 머리카락을 말렸다.

한 요양보호사는 귀가 어두운 할머니를 배려해 일을 하나하나 할 때마다 입을 귀 가까이 대고 “머리 말려 드릴게요” “로션 바를 거예요” “다 발랐어요”라고 크게 말했다.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센터를 처음 방문한 박현옥(80, 서울시 중구 신당동) 할머니는 “나이가 들면 밖에 나가고 싶어도 길눈이 어두워서 나가지 못하는데 이곳은 집으로 데리러 출퇴근 시켜주니 편하다”며 “6시 이후 집에 가면 다음 날 올 것이 기대된다”고 즐거워했다.

서창석(91, 서울시 중구 장춘동 2가) 할머니는 “이곳에 오기 전에는 집에서 TV랑 라디오만 들으며 놀았다. 이곳에 오니 민요교실에서 옛날 노래도 배우고 친구와 담소도 나눌 수 있어 흥겹다”고 말했다.

단체에 따르면 노인보호 시설을 이용하는 대상자의 만족도도 높다.

정 시설장은 “노인요양병원은 아무래도 가족으로부터 격리돼 살기 때문에 소외당했다는 생각을 많이 하신다”며 “그런데 이곳은 왔다 갔다가 가능하다 보니 ‘노인대학’ 정도로 생각해 치료와 돌봄이 함께 이뤄진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서울형 데이케어센터 이용 보호자 175명을 대상으로 주말 및 휴일 서비스 이용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86.3%(151)가 ‘만족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통(6.8%, 12명)’ ‘약간 불만(6.3%, 11명)’ ‘매우 불만(0.6%, 1명)’에 그쳤다.

한편 현장에서는 서울형 데이케어센터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월 출범한 신당데이케어센터는 정원이 42명이지만 현재 10명만이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시설장은 “중구 자체가 상업 지구인데다 구에만 데이케어센터 3개가 들어서 있기 때문으로 본다”고 전했다.

사실상 치매노인 등을 위한 시설인데도 노인요양등급지정자를 주요로 한 데이케어센터 운영 특성상 이용 대상자가 워낙 소규모인 데다가 전략적인 홍보도 부족해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 영등포 소재 공릉데이케어센터 장현준 총괄과장은 “시설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고령이다 보니 데이케어센터가 뭐하는 곳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센터에서도 홍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정책적인 홍보가 절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청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현재 시에서도 지하철·반상회 광고 등을 통해 나름의 홍보를 하고 있다”며 “향후 설치되는 데이케어센터는 기존 시설과의 인접거리라든가 분포 현황을 고려해 중복 배치로 인한 수요부족 현상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