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새로운 길을 택했다. 중국은 사회불균형 해소와 민생 개선 등을 위해 13년 동안 지켜 온 ‘바오바(保八·8% 성장 유지)’ 정책을 과감히 포기했다.

지난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12차 5개년 계획(2011~2015) 기간에 연평균 7%대 성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과도한 양적 성장 정책으로 인해 경기가 과열되고 물가는 치솟는 폐단을 줄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특히 이번 정책 결정에 따라 중국 내 심화된 사회 내 빈부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빈부격차 확대를 줄이기 위해 도시 저소득층과 농민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을 높이고 개인소득세 면세기준도 상향하는 등 세제개혁도 추진하기로 했다. 성장보다 분배를 우선시하는 민생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를 두고 경제계에선 중국이 너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간 중국은 미국의 파상 공세에도 꿈쩍하지 않고 성장 중심 정책을 고수해왔으나, 치솟는 물가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중국의 선택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장에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수출 다변화 등 체계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편 이번 변화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큰 지각변동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고성장으로만 치달아온 중국이 ‘분배’로 말을 갈아타면서 우리 정치권의 ‘복지 프레임’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점쳐진다.

여야 모두 기회만 있으면 복지 논쟁에 불을 지피려고 혈안이 돼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 정책 기조 변화는 더없이 좋은 명분으로 자리매김한다. 정치권에서 ‘복지’가 탄력을 받으면 또다시 선심성 복지 공약이 남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시점에서 정치권은 각종 공약마다 중국 사례를 갖다 붙이며 그럴듯한 논리를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명분을 통한 복지 확대보다 효율적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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