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광주전남지부가 지난달 21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부근에서 강제개종을 거부하다 부모에의해 질식사를 당한 구지인씨를 추모하며 강제개종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18.2.17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광주전남지부가 지난달 21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부근에서 강제개종을 거부하다 부모에의해 질식사를 당한 구지인씨를 추모하며 강제개종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18.2.17

 

이단 프레임이 만든 ‘강제개종’

납치‧감금‧폭행 만연했지만

‘이단상담’ 이름으로 정당화

 

고통 당하다 2명 사망했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덮어

해외서 꼬집은 한국 인권 현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몰매를 맞고 있다. 신천지 성도 중 수천명이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마치 바이러스의 진원이라도 된 마냥 증오와 혐오로 점철된 각종 비난이 정부‧정치‧여론으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사회적인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마치 화풀이의 대상이라도 된 모양새다. 한국사회에 수많은 종교가 있지만 유독 신천지는 기득권을 쥐고 있는 한국교회에 의해 ‘이단 프레임’이 씌워져 ‘아무렇게 해도 되는’ 집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신천지는 인권유린의 사각지대에 있다. 특히 21세기 자유대한민국에서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강제개종’의 희생양이지만 정부‧정치‧여론은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본지는 그간 취재했던 강제개종 사례를 되짚어보고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지난 18일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회원 1000명과 시민들이 고(故)구지인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광주전남지부) ⓒ천지일보 2020.1.19
지난 18일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회원 1000명과 시민들이 고(故)구지인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광주전남지부) ⓒ천지일보 2020.1.19

◆ 암환자도 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강제개종

“개종상담 거부하다 머리카락 뜯기고, 방에서 신발장까지 질질 끌려 갔어요. 저는 혈액암 일종인 위 말트 림프종 진단을 받았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어요. 개종목자가 신천지를 사기집단이라고 인식시키니 식구들은 더 변해버렸어요. 그 상황이 너무 두렵고 무서웠어요.”

“그 집은 문과 창문이 모두 못질돼 있었고, 제가 머물 방은 창문이 나무판자로 가려져 있었어요. 문은 밖에서 자물쇠로 채워서 나갈 수 없게 해놨고요.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2년을 살 작정을 하고 왔다고요. 가족들은 제 두 손을 결박했고, 얼굴에 가져다 댄 전화기 너머로 어머니가 출석하는 교회 사모 목소리가 들렸어요. 개종교육을 받으라는 강요였어요.”

“지금도 밀폐공간에 있으면 답답함을 느끼고 호흡곤란이 와요. 강제개종 당시를 생각하면 온몸이 조여오고, 사람이 가까이 오는 게 무서워요. 남편이 돌변해 때리고 팔을 꺾었을 때 모습이 자꾸 떠오르죠. 또 이런 일이 일어날까 두려워서 잠도 잘 못자고 불안해요.”

한국교회 내에서 강제개종은 왜 생겨났을까. 한국교회에 만연한 이단규정을 그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기득권 측이 소위 ‘이단’으로 규정한 단체는 한국교회 내에서 ‘악’으로 정의 된다. 이 때문에 한국교회 내에서도 이단으로 규정되는 것을 ‘사망선고’로 본다. 목회자들은 교회 내 교육을 통해 ‘이단’에 대한 공포‧혐오‧증오를 만들고, 교인들은 그 교육을 통해 고스란히 ‘이단=빨갱이’ 수준의 이해를 갖는다.

심지어 이러한 교육에서 사용되는 자료는 비난의 대상이 되는 교단이 주장하는 내용이 전혀 아닌 것도 있다. 일테면 신천지에서는 총회장을 재림주라고 하지 않는데 재림주라 가르친다고 비방하고, 14만 4000인만이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가르치는데도 14만 4000만 구원을 받는다고 한다면서 종말론을 언급하며 거짓 주장을 교인들에게 고스란히 심는다. 인신공격은 덤이다.

또 이들은 ‘이단’에 소속된 신도들은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도 회심을 시켜야 한다는 정서를 갖고 있다. 특히 기득권 교단에 출석하는 가정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곳에 들어간 가족 구성원이 발견되기라도 하면 초비상 상황이 된다. 목회자들이 말하는 소위 무시무시한 ‘이단’에 들어갔으니,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꺼내와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한국교회 기득권을 이루는 교단들은 저마다 산하 기관으로 ‘이단대책위원회’를 두고 이러한 상황을 논의 한다. 이렇게 강제개종은 ‘이단상담’이라는 말로 순화됐고, 그 과정에 일어나는 인권유린은 철저히 기득권에 가려졌다.

대구 남구 신천지교회(대구교회)의 행정조사가 실시된 12일 오후 건물 앞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대구 남구 신천지교회(대구교회)의 행정조사가 실시된 12일 오후 건물 앞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 살인 초래한 ‘강제개종’

한국교회의 ‘이단 규정’은 인권유린의 온상인 ‘현대판 마녀사냥’ 강제개종을 낳았다. 이 강제개종에서는 납치·감금 등이 비일비재하고, 피해자들은 사건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시각은 ‘이단이니 당연하다’는 색채가 짙다.

그러나 피해 규모를 살펴보면 상당히 심각하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강제개종으로 입은 피해는 사망 2건, 정신병원 13건, 수면제 682건, 폭행 861건, 납치 972건, 감금 1221건, 강제개종에 따른 강제서명 1293건, 강제휴직‧휴학 1338건, 협박‧욕설 1280건 이혼 43건, 가족사망 1건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자수만 해도 1507명이나 된다.

강제개종의 주요 대상자 약 9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결과에서는 피해자 중 55%가 교육 당시 협박과 세뇌, 52%는 감금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납치를 당해 끌려갔다고 밝힌 피해자도 42%에 달했다. 심지어 개종 거부로 강제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을 당한 피해자도 2%(10명)나 존재했다. 여성 피해자의 경우 화장실을 이용할 때 외부인 또는 가족과 동행하도록 함에 따라 ‘수치심(171명, 34.5%)’ ‘무력감 또는 우울증(152명, 31%)’ ‘자살충동(50명, 10.1%)’ 등을 느꼈다고 답했다.

강제개종이 성행하는 이유는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강제개종을 주도하는 안산상록교회 진용식 목사는 한 이단세미나에서 “성도 100명보다 개종 받는 한 명의 수입이 더 좋다”는 말로 목사들의 개종을 종용하기도 했다. 이단세미나 확대와 함께 개종이 돈벌이가 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전국적으로 개종목사가 급증했고, 관련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늘었다. 강피연은 피해자들의 사례를 통해 강제개종의 목적이 돈벌이라고 주장하며 수차례 기자회견을 벌이기도 했다.

FOX(Fox News Channel)34가 보도한 뉴욕타임즈의 강제개종 금지 광고 보도 내용. ⓒ천지일보 2018.12.8
FOX(Fox News Channel)34가 보도한 뉴욕타임즈의 강제개종 금지 광고 보도 내용. ⓒ천지일보 2018.12.8

◆ 국내외 전문가들 “강제개종은 철폐돼야”

강제개종에 대해서는 해외 석학들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 D.C. 미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종교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회의’ 석상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자행되는 강제개종을 공식적으로 비판하는 사례발표가 있었다. 15개 국제 NGO 단체들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이들은 “한국은 강제개종이 용인되는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라며 강제 개종 근절을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11월에는 이탈리아‧영국‧미국‧리투아니아‧벨기에 출신 종교사회학‧인권 전문가들이 한국을 찾아와 신종교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강제개종 철폐를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진행된 ‘신종교운동에 대한 편협과 차별: 국제적 문제’ 학술세미나에서는 미국 웨스턴워싱턴대학 종교학과 홀리 포크 교수가 신종교를 향한 근거없는 비난을 주제로 ‘체계적인 허위 정보 캠페인’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포크 교수는 신종교를 향해 체계적으로 유포되는 허위 정보로 ▲반단체 선전 ▲대중들에게 공포 조성 ▲합법적인 언론 검열과 정보 통제 ▲언론 및 학술 조사 통제 ▲망명신청자에게 적용 등을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정보가 “박해를 정당화한다”고 꼬집었다.

2018년 말에는 ABC(American Broadcasting Co.)6, CBS(colombia broadcasting syetem)8, FOX(Fox News Channel)34 등 해외 매체 185곳이 뉴욕타임즈에 실린 ‘강제개종 금지’ 광고 내용을 기사화했다.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음에도 강제개종이라는 인권유린이 버젓이 성행하는 데 전문가들은 문제를 제기했다.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의 종교 활동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못하게 막는 잘못된 행동이 우리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가부장적으로 자기의 믿음 체계, 신앙 체계를 자식이나 가족의 일원에게 강요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에겐 스스로 종교를 선택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권이 있다”면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안 된다. 더욱이 (특정 종교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나빠서 강제개종 또는 폭력이 정당화되고 있는 것도 잘못된 부분”이라고 일침했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윤승용 전 소장은 “그동안 이단 프레임 때문에 본의아니게 많은 신도들이 종교적 이단 피해의식에 젖어 있다”며 “신천지 교인들을 사회적으로 배제하고 혐오하는 것은 개인의 양심과 신앙의 자유에서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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