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심

고영민(1968 ~  )

유골을 받으러
식구들은 수골실로 모였다.

철심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분쇄사가 물었다.

오빠 어릴 때 경운기에서 떨어져
다리 수술했잖아, 엄마

엄마가 또 운다
영영 타지 않고 남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가

분쇄사는 천천히
철심을 골라냈다

[시평]

사랑하는 사람의 시신을 화장하며, 이게 마지막 가는 길이로구나, 하며 화장장을 지킬 때 사람들은 오열하지 않을 수 없다. 육신마저 몇 개의 유골로 남겨져 나오는 그 순간,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 참으로 가슴 미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유골이 다시 분쇄사에 의하여 한 줌 가루가 되어서야 가족들에게 전해진다. 
분쇄를 하다 보니, 유골에 박혀 있단 철심이 분쇄가 되지 않는다고, 이 철심이 본래 육신의 일부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육신과 함께 자리하고 있던 것이기 때문에 버릴 수도, 어떻게 할 수도 없어, 분쇄사가 묻는다. “철심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철심, 어릴 때 경운기에서 떨어져 다리뼈에 넣었던 철심. 그 시절의 아들을 생각하며 엄마는 또 운다.
그러나 영영 타지 않는 것이 어디 쇠로 만든 철심뿐이겠는가. 쇠로 만든 심지가 아니라, 쇠와 같이 마음 속 깊이 박혀 있는 철심(鐵心), 우리가 모두 기억하고 있는 그 사람에 관한 그 마음이 바로 철심 아니겠는가. 분쇄사가 천천히 유골 사이에서 철심을 골라내듯, 우리의 마음 속 그 변치 않는 마음의 심지, 천천히 골라지며, 산 자들은 또 그렇게 살아가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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