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세계보건기구 WHO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대유행)’을 선포했다. 팬데믹(Pandemic)은WHO의 6단계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단계에 해당한다. 그리스어 팬(모든)과 데모스(사람들)의 합성어로, 모든 사람이 감염되고 있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WHO에 따르면 팬데믹은 사람들이 면역력을 갖고 있지 않은 새로운 질병이 예상 이상으로 전 세계에 퍼지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WHO는 팬데믹을 선포하기 전에 다른 대륙들에서 지속적 지역사회 발병이 일어나는지를 살펴본다. 뚜렷한 연결고리가 없는 감염자가 나오기 시작할 때가 주민 전반에 걸쳐 감염이 확산된다는 신호인데, 이것이 바로 팬데믹 선언의 핵심 기준이다. WHO는 현재 전 세계 114개국에서 확진자 11만 8000여명이 발생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확산세에 결국 팬데믹 선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재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배후에는 ‘기후변화’라는 놈이 도사리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영향이 신종 감염병의 근본적 원인을 유발하고 있다는 말이다. 기후변화로 온도나 강수량, 습도가 달라지면 매개체의 생존기간이나 성장 발달, 병원균의 성장 발달, 숙주의 분포와 개체수, 그리고 매개체의 서식지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그로 인하여 전염병의 전파 시기 및 강도, 질병 분포의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즉 지구온난화로 고온 다습한 환경이 늘어나면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이를 매개하는 모기나 박쥐 등의 서식지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항공기 등 교통 발달과 여행객의 증가로 바이러스 이동시간이 급격히 줄어들어 전 지구에 신종 감염병의 창궐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포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신종 감염병의 수는 지난 60년간 4배 이상 늘어났으며 1980년 이후 매년 발생하는 감염병의 유행 건수는 3배 이상 증가했다. 지구온난화와 급격한 기후변화로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등과 같은 신종 감염병의 창궐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반면, 확산 속도는 더 빨라지고 확산 범위는 더 넓어지면서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이 같은 신종 감염병의 심각성은 질병에 존재하는 종간 장벽을 넘어 동물과 사람을 오가며 병을 일으키는 ‘인수공통 감염병’이라는 점이다. 바이러스 진화 과정에서 생긴 돌연변이가 종간 장벽을 무너뜨리고 인간에게 치명적인 신종 질환을 유발한다. 사스는 박쥐와 사향 고양이로부터, 메르스는 낙타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됐다. 코로나19 원인 역시 우한 수산물 시장에서 거래된 박쥐가 지목되고 있다. 이렇듯이 신종 감염병의 75% 이상이 인수공통 감염병이고 대부분은 숙주가 야생동물이거나 가축들인 만큼 이제 인간뿐 아니라 전체 생태계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접근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환경까지 하나로 연결된 만큼, 생태계 전반에 대한 유기적 접근을 해야 한다. 인간에게만 이롭거나 동물에만 이로운 것, 혹은 자연에만 이로운 것이 아닌 모두에게 이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신종 감염병은 왜 자꾸 발생하는 것일까? 신종 감염병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고 전부터 계속 있어왔던 문제이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더욱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은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의 변화가 커지고, 실제 발생했을 때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50년간 신종 감염병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병원체의 자연적 진화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인간과 환경 간 상호작용의 변화 때문이다. 즉, 인구증가, 도시화, 여행·교역의 증가, 빈부격차, 전쟁, 경제발달과 토지개발에 따른 생태환경의 파괴 등이 이러한 변화를 야기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무엇보다도 인간에 의한 지구환경의 변화, 급격한 기후변화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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