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이 일어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3.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이 일어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3.10

전문의 “現확진자 ‘빙산일각’”

‘환자’라도 검사 안하면 ‘몰라’

구로 콜센터, 뒤늦은 발견사례

“방역대책 새로 마련할 시기”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신천지나 대구·경북지역과 관련 없이 전국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의 특성상 무증상인 사람도 포함해 전국 ‘표본조사’를 시행하고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추가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하정훈의 육아이야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날 공개한 내용을 살펴보면, 대구·경북지역 신규 확진자가 줄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하는 경우가 있으나 오히려 이제부터가 시작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7000명대에 달하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실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우려다.

하 전문의는 “대구·경북 외 다른 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감염이 확산됐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신천지나 대구·경북, 중국에 국한하지 말고 전국 각 지역에서 무증상인 사람도 포함된 표본조사를 시행해서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얼마나 많이 발생해 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지역사회 감염을 지속적으로 확산시키는 경증이나 무증상 코로나19 환자가 숨어 있을 가능성도 고려해서 전염병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방역대책을 새로 마련할 시기”라며 “방역당국은 의사들과 협의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전문의에 따르면 확진자와 실제 환자의 수는 다르다. 확진자는 검사를 해서 양성이 나온 숫자를 말하는 것이고, 환자는 그 병에 걸린 사람을 말한다. 어떤 지역에 환자가 많아도 그 지역에 확진자는 파악이 안 돼 마치 없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콜센터는 이미 집단감염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콜센터에서 처음 확진자가 나온 건 지난 8일이었다. 그러나 일부 확진자들은 지난 4일부터 의심 증상을 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건물 이용자들은 코로나19 환자들이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무방비 노출상태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해당 콜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102명으로 급증했다. 그간 환자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검사를 안 해서 확진자가 없었던 것이다.

하 전문의는 “잠복기 전염, 무증상 전염, 의료인조차 알 수 없는 경증 환자가 많고, 중국에서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국내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최악을 이미 우려한 바 있다”면서 “무증상 감염자가 일으키는 전염병에 대해선 지역사회 감염이 생기기 전에 미리 막았어야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지역사회 감염은 시작됐다. 초기 방역을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신천지, 대구·경북 그리고 중국 여행과 해외여행자들을 주로 검사하니 확진자들 중에 이들이 많은 것이고, 조사 대상자가 줄어들다보니 확진자 수도 줄 수밖에 없다”면서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은 검사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환자가 숨어있는지 현재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전국 표본조사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검사를 진행해야 확진자가 나오기 때문에 표본조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 교수도 밝힌 바 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도권 확진자가 갑자기 300명대로 늘어난 건 이제 와서 발생해서가 아니라 이제야 발견한 것”이라며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확진자들이 도처에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그동안 신천지 교회와 대구·경북 지역에서 환자가 급증하니 거기에 집중하다가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의 전국적 확산을 놓치고 있었던 측면이 있다”며 “국내 감염 초기부터 전국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샘플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료계 목소리가 있었지만 정부가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 방식조차 통하지 않을 정도로 늦었다”면서 “당장 수도권 지역의 모든 선별진료소를 가동해 사소한 의심 증상이라도 보이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최소 2주간 집중 검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이 일어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입주자들이 검진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천지일보 2020.3.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이 일어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입주자들이 검진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천지일보 20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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