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텔레비전에 내가 나온다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춤추고 노래하는 예쁜 내 얼굴~”
어린 아이들이 부르는 이런 노래가 있다.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들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예쁜 짓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는 즐겁고 유쾌한 노래다.

그런데 이 노래를 인생의 주제가처럼 부르고 다니는 어른들도 많다. 어떻게 하면 텔레비전에 한 번 나올 수 있을까, 온갖 궁리를 다하는 것인데 정치인에서부터 장사를 하는 사람까지 계층과 부류를 가리지 않는다.

일반인들 중에서도 텔레비전에 한 번 나가 보는 게 평생소원인 사람들도 많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전국 노래 자랑>에 출연자들이 끊임없이 줄을 서는 것은, 텔레비전에 나올 수 있다는 열망 때문일 것이다.

텔레비전에 등장한다고 해서 다 훌륭한 것도 아니고 훌륭해야만 텔레비전에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잦은 TV 출연으로 비난을 자초하는 부류들도 있다. 교수들도 그 중 하나다.

10년여 전에 현택수 고려대 교수가 <그래도 나는 벗기고 싶다>란 책을 통해, TV 출연에 목숨을 거는 교수들을 향해 쓴 소리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TV에 얼굴 내밀기를 좋아하고, 만능 엔터테이너라도 되어 스타가 돼 보려는 사이비 교수를 텔레비전(Television)과 프로페서(Professor)를 조합해 텔레페서(Telefessor)라 했다.

텔레페서들은, 전문적으로 웃기지도 못하면서 개그맨 옆에 곁다리 끼려고 한다든지, 얼굴이 좀 반반하고 말주변이 있다고 전문 사회자 행세를 한다든지, 혹은 토론이나 시시껄렁한 잡담 프로에 초청돼 무슨 박사, 무슨 전문가 행세를 한다는 것이다.

현 교수가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지 10년도 더 지난 요즘 텔레페서들이 오히려 더 많아진 것 같다. 교양 오락 프로를 가리지 않고 교수 타이틀을 가진 이들이 등장하지 않는 곳이 없고 연예인들과 뒤섞여 누가 교수고 누가 연예인인지 구분하기조차 어려울 때도 있다.

어떤 교수들은 이 프로 저 프로 옮겨 다니며 인기 연예인 뺨치는 활동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과연 그들이 학생들 가르치고 연구하는 등 본업인 교수로서의 활동은 얼마나 충실하게 하고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그런 교수 밑에서 배우는 학생들은 수업 내용이야 어떻든 잦은 TV출연으로 세상에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유명 교수의 제자라는 사실이 그저 뿌듯하고 자랑스럽기만 한 것일까.

현 교수는 그 책에서, 텔레페서와 함께 아마페서의 해악도 지적했다. 아마페서(Amafessor)란 전문 지식 없이 아마추어적인 연구와 강의로 프로인 척 하는 사기꾼 교수. 자신의 전공을 수도 없이 바꾸면서 정세와 정책의 변화 유형을 좇는데, 그것은 돈과 세속적 인기, 권력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요즘도 어쩌다 책 하나 낸 게 대박이 나고 그래서 돈과 명성을 한꺼번에 얻은 교수란 사람이 TV에 마구잡이로 등장해 온갖 일에 다 아는 척을 하며 떠들어대기도 한다. 도대체 자신의 주 전공이 무엇인지 알기도 어렵거니와 세상에 모르는 게 없는 만물박사인 체 아는 행세를 하는 것이 측은해 보일 지경이다.

정관계에 진출해 입신양명을 꿈꾸는 권력지향적인 교수가 폴리페서(Polifessor)다. 현 교수는, 교내에서 교수 직원 학생들을 상대로 권력행사에 만족을 느끼는 교수가 리틀 폴리페서라면, 교외 정치활동으로 정치권에 잘 보여 정관계의 한 자리를 바라면서 동분서주하는 교수가 빅 폴리페서라고 했다.

기실 따지고 보면 아마페서, 폴리페서, 텔레페서가 다 한 뜻이다. 대중적 인기와 명성, 돈과 권력을 위해 전공 불문 염치 불문하고 그저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소원하는 것이니 결국 한 가지 뜻인 셈이다. 아 오늘도 켠다마는, 또 그 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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