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포커스] ‘현대판 마녀사냥’에 표적이 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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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악성댓글, 죽음으로 내몰아

일반인에 특정단체도 피해자

“국가의 보호받아야 할 국민”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현대판 마녀사냥이 넘쳐나고 있다. 인터넷 상의 악성댓글, 악플로 급기야 한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는 현대판 마녀사냥이 계속해 자행되고 있는 것.

지난해에도 수많은 악성댓글에 시달려온 가수 겸 배우 설리, 가수 구하라 등이 우울증을 앓다 결국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처럼 마녀사냥은 대개 연예인이나 프로 선수 같은 유명인이 그 대상이 되어 왔다.

마녀사냥은 유럽에서 15세기부터 18세기에 걸쳐 기독교를 절대화하고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을 마녀로 몰아세워 화형시키는 행위였다. 당시 종교전쟁, 30년 전쟁, 악화되는 경제상황, 기근, 전염병이 유럽 전역을 휩쓸었고, 사람들은 연속된 불행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찾아내야 했다. 당시 기독교에 반하는 불순한 사람이라고 지목된 마법사와 마녀에게서 그러한 이유를 찾아냈고 대다수는 과부였거나 평소 미움을 받던 사람들이 희생을 당했다. 그 수는 무려 30만~900만명에 달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네이버 뉴스에만 하루 평균 50만개의 댓글이 달린다. 네이버를 제외한 다음, 줌 등의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까지 합하면 하루에 80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의 저서 ‘모멸감’에 따르면 한국의 댓글 중 악플 비율은 약 80%로 보고 있다. 결국 하루에도 60만개 이상의 악성댓글이 인터넷에 넘쳐나고 있는 셈이다.

악성 댓글 등으로 발생한 온라인 명예훼손 사건도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악플 등으로 발생한 온라인 명예훼손·모욕 사건은 2012년 5684건에서 2016년 1만 4908건으로 늘었다.

악플로 인한 연예인의 죽음을 계기로 각종 포털사이트에선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예 뉴스 기사에 댓글을 차단했고 트위터는 악플에 대처할 수 있는 ‘댓글 숨기기’ 기능을 추가했다.

하지만 연예인 등 유명인들만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상당수가 심리적 불안감과 공포심마저 느끼게 되는 상황에선 평범한 시민들도 표적이 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진자 A씨의 경우 ‘양성’ 판정을 받기 직전의 2주간의 동선을 분 단위로 작성해 제출하고 이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악성 댓글이 달렸다. 환자 동선에 대한 비난과 근거 없는 비방으로 심적 고통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집중적으로 ‘여론몰이식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다. 당시 유럽사회의 마녀사냥에 앞장섰던 사람이 교황, 고위 성직자, 국왕, 귀족, 당대의 제일가는 학자, 재판관 등 권력을 휘두르는 기득권층이었듯, 현재도 정부와 다수의 언론, 기성교회들이 그 중심에 서 있다.

기성교회들은 신천지에 ‘이단 프레임’을 씌우고 반사회 집단으로 몰아세우면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 개신교 역사를 보면 매번 신흥교단이 등장할 때마다 ‘이단’이라 규정한 뒤 교세가 확장되면 어느새 ‘이단’이라는 말이 쏙 들어갔다. 신도 56만명인 국내 최대 개신교회로 꼽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도 한때 이단교회로 비난을 받아오다 교세확장으로 이단에서 벗어나게 된 케이스다.

정부도 신천지를 둘러싼 ‘이단 프레임’을 이용해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모양새다. 헌법 36조 3항을 보면 국민의 보건에 대해 국가가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76만명의 국민청원에도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안일하게 대처했고 이에 대한 단 한번의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천지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른 양상” “신천지 신도들의 집단 감염과 높은 감염률은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신천지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라”는 등의 발언으로 신천지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모습이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서울대 재학생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사태 책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현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이용자가 94.7%(1070명)인 반면 신천지교회·야당 등에 책임이 있다는 이용자는 5.3%(60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정부의 대변지인 것 마냥 일부 언론들도 합세해 ‘신천지 마녀사냥’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신천지 측은 대구 31번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신천지 전 교회를 바로 폐쇄조치했고 국내외 전수 명단 제공, 교육생 명단 전수 제공, 부동산 리스트 1903곳 전체 제공 등 만에 하나 개인정보유출로 인권침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모든 자료를 공개했음에도 일부 언론들은 “협조를 하지 않는다”는 식의 보도를 일삼았다. 이렇게 보도되는 기사의 댓글에는 신천지를 비방하는 악성댓글과 근거 없는 거짓정보들을 어김없이 볼 수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천지 사냥이 다소 지나친 듯하다”며 “기본적으로 신천지도 바이러스의 피해자이고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국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염병으로 인한 마녀사냥을 경고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밀라노 볼타고의 도메니코 스킬라체 교장은 흑사병이 대유행하던 1630년 밀라노의 상황을 묘사한 알레산드로 만초니의 근대소설 ‘약혼자들’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해 현재의 ‘마녀사냥’을 지적했다. 그는 “최초 감염자를 히스테릭할 정도로 찾아내고 전문가를 경시하며 감염됐다고 의심되는 사람들을 사냥하고,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의료 위기가 오는 등 거의 모든 것이 소설에 그려져 있다. 사실 이것은 만초니의 소설이 아니라 오늘자 신문에서 튀어나온 내용이라 해도 무방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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