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열린‘카드사 CEO와의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KB카드 분사 등… ‘제2의 카드 대란’ 우려해 감독 강화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카드사 간 마케팅 경쟁 지표가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 카드사들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김 원장은 7일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국내 7개 카드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대형 카드사의 과도한 마케팅을 겨냥해 “신뢰할 만한 카드사가 길거리에서 고객을 모집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카드시장 및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을 감안해 볼 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신용카드 발급 수, 마케팅 비용 등 카드사 간 영업경쟁 관련지표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신용카드 발급 수는 8514만 매(무실적 휴면카드 제외)로 2009년 말 대비 11.5%(877만 매)가 증가했다. 모집인 수도 2010년 말 현재 5만 명으로 2009년(3.5만 명) 대비 무려 3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카드사 간 부가서비스 경쟁 심화, 수수료 인하 등으로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카드론 및 리볼링서비스 증가 폭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저신용회원을 중심으로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되면서 연체율 상승, 카드자산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2002년 카드사태 당시처럼 리스크 관리가 수반되지 않는 카드사의 외형확대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카드 사태는 외형확대 경쟁으로 급증했던 카드자산이 부실화되기 시작하면서 카드사들은 높은 연체율(28.3%)을 보였고 결국 대규모 적자(7.7조 원)를 기록했었다.

이에 김 원장은 카드사들이 당면한 과제로 ▲건전한 신용카드회원 모집질서 확립 ▲합리적 수준의 부가서비스 제공 ▲카드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 ▲지나친 단기 성과주의 지양 등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의 수익성·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무리하게 외형확대 경쟁에 뛰어들거나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선제적 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불법 모집행위 및 불건전 영업경쟁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B카드 분사… “카드 업계 경쟁 치열해질 것”

그는 특히 KB카드 분사 등으로 카드시장에서의 경쟁상황이 매우 치열해졌다고 우려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2일 국민은행 카드사업 부문에서 독립해 전문 카드사로 공식출범했다. 이 카드사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 12조 4000억 원, 카드 사용실적 65조 원, 신용카드 회원 수 1051만 1000명, 연체율 1.02% 등으로 카드업계 2위다.

KB카드의 분사로 일각에서는 은행 카드사보다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는 전업 카드사의 비중이 커지면서 ‘제2의 카드 대란’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은 이날 출범식에서 이러한 우려에 대해 “각종 건전성 지표에 대한 사전적 모니터링을 통해 자칫 과거와 같은 신용손실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 리볼빙서비스: 한꺼번에 청구된 결제금액을 일부 정해진 만큼만 갚고 나머지는 대출 형식으로 다음번에 갚는 개념. 일시적으로 결제대금이 부족할 때 연체하지 않고 상환을 연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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