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9.21
박원순 서울시장. ⓒ천지일보DB

코로나 해결 리더십 보여야 하는 부담

민·형사상 책임 묻는 등 전방위 압박

서울시 구로구 콜센터 확진자 44명

수도권 최대 집단감염 발생지 가능성

정치행보 부각시 부정여론 직면할 수도

[천지일보=명승일, 이대경 기자] 코로나19 사태 국면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박 시장은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된다. 그런 만큼 박 시장은 코로나 해결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에 따라 박 시장이 신천지교회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오히려 정부의 코로나19 실책을 특정 종교단체의 책임으로만 떠넘기고, 정치적 행보를 부각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다.

박 시장은 현재 신천지교회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그는 10일 신천지교회 측이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선천지 교인 전수조사에 낭비된 행정비용과 방역비, 교인 확진자와 그로부터 감염된 환자의 진단·치료 비용에 대한 구상권 행사 등의 민사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날부터 신천지교가 소유한 부동산 30건의 지방세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도 밝혔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 1일 이만희 총회장과 12지파장 등의 지도부를 살인과 상해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법조 전문가들은 살인죄 적용이 어렵다며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박 시장이 이렇게 신천지교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데 치중한다는 지적이 대두된다. 특히 지자체장으로서 방역 행정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너무 튀는 행보를 보인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함께 흘러나온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이 일어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에 임시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3.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0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병이 일어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에 임시 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3.10

당장 서울시만 보더라도 이날 구로구 신도림동 콜센터에서 최소 4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등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인천시 거주 확진자 13명과 경기도 거주민 11명을 합치면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68명에 달한다.

문제는 콜센터 직원 등에 검사가 진행 중이라서 확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등 수도권 최대 집단감염 발생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또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서울 발생 코로나19 확진자 누계가 전날 대비 26명 늘어난 156명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요집단 발생 연관 사례를 보면 구로구 콜센터 관련 22명, 해외접촉 관련 16명, 은평성모병원 관련 14명, 성동구 주상복합건물 관련 13명, 종로구 명륜교회·종로노인복지관 관련 10명, 대구 방문 관련 11명, 신천지교회 관련 2명 등이다. 산발 사례나 조사 중인 경우인 ‘기타’는 49명로 집계됐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로 지목된다.

서울시에서 지난 8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전체 확진자 125명 중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의 수가 45명(35.1%)으로 집계됐다. 대구와 경상북도에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의 수는 각각 963명(17.9%), 304명(28.1%)이다.

코로나19 감염자 수 대비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 수를 보면, 감염경로를 모르는 환자 비율은 서울이 대구나 경북보다 높다. 결국 감염경로가 오리무중인 탓에 집단감염이 잇따라 발생할 경우 2·3차 유행 가능성이 대두된다.

이런 상황에서 박 시장이 방역 행정에 집중하기보단 정치적 행보가 두드러질 경우, 오히려 부정적인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실 이번 사태는 신천지뿐만 아니라 대형교회나 대형학원, 구로구 콜센터 같이 집단으로 모여 있는 곳이면 언제든지 발생할 사건이었다”면서 “현재 정부 여당은 총선을 앞두고 신천지 책임으로 프레임 전쟁을 이어나가는 가운데 박원순·이재명이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원순 시장은 민주당 지지층 핵심인 친노·친문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신천지로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것”이라며 “신천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집단감염에 대한 대비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해 이번 사건이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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