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 시인 

 

4.15총선이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에 후보자를 내는 정당에서는 투표지에 게재할 정당명(정식명칭 또는 약칭)과 정책 자료들을 오는 3월 16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해야한다. 시기가 1주일밖에 남지 않았으니 정당과 창당준비위원회에서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이 비례대표 선거이다. 미래통합당에서는 일찌감치 비례대표 후보자 전담 정당 ‘미래한국당’을 만들었으니 지역구후보에만 전념하면 되는데, 그렇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여권 비례대표 정당 참여 문제로 논란 끝에 전당원투표로 결정하겠다 했지만 사정은 매우 복잡하다. 

지난달 미래통합당이 비례의원 선거에만 후보자를 내는 위성정당 창당준비위를 결성하고 추진할 즈음, 민주당에서는 선거법 제도에 반한다느니, 꼼수정당이라느니 하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여당이 그 꼼수정당에 참여하려 온갖 수를 부리니 민생당, 정의당 등에서는 반대가 심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범여권 비례 전담 정당에 강하게 집착하는 것은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지난달 24일, 범여권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에 민주당이 참여해야 총선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의 대외비 보고서를 당 지도부가 받았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는 30석 준연동형 비례대표를 포함한 총 47석 비례대표선거에서 진보진영이 위성정당 없이 선거를 치를 경우 민주당은 6~7석, 미래한국당은 최소 25석, 정의당 9석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별도의 비례대표후보를 내지 않고 연합정당에 참여할 경우 진보진영 지지자가 결집되면서 미래한국당의 비례의석 견제 효과가 발생한다는 분석을 내놨던 것인바, 가뜩이나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제1야당의 비례대표 전담 정당으로 인해 걱정하던 차에 귀가 솔깃해져 12일 전 당원투표로 결정하겠다고 어물쩍하게 넘어간 것이다.  

이 문제를 두고 민주당에서는 검토해오면서 언론에 슬쩍슬쩍 흘리기도 했다. 국민여론과 진보측 다른 정당의 의중을 떠볼 요량이었다.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양정철 원장 등 지도부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비공개 토론을 거치는 동안 그 일이 세간에도 알려져 민생당과 정의당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범여권 비례정당의 연합비례 명부에 호응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하면서, 여권의 비례대표 정당에 대한 주도적 지원은 현행 연동형 선거제도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연동형비례대표 선거제는 정치개혁, 선거개혁의 일환으로 지난 1월 임시국회에서 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대한신당 등 소위 ‘4+1 협의체’에서 합의돼 통과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양당제도의 폐단을 주장하며 연동형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했던 당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단식 농성을 했고, 마침내 여야5당 합의의 연동형비례대표 선거제도를 관철시킨 것이다. 그 당시 5당 원내대표들 간 합의와는 다소 변형됐지만 비례대표 의석 47석 가운데 30석은 준연동제를 이끌어낸 것이다.

그런데 정치개혁, 선거개혁을 위해 만들어진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가 미래한국당의 꼼수정당으로 제도가 희석됐고, 이제는 민주당이 ‘4+1협의체’에서 합의해 통과시킨 준연동제 비례대표의 개혁 선거마저 완전 백지화하여 물거품시키려 시도 중에 있다. 민주당이 지난 1월 임시국회에서 ‘공수처법’을 통과시킬 목적으로 선거제도 개혁에 전 당력을 모았던 바른미래당, 정의당을 들러리 정당으로 이용한 것이나 다름없는바, 그렇게 본다면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양아치들과 무슨 차이가 있으랴.

정당의 길은 국가이익과 함께 국민의 건전한 정치를 위함이다. 각종 선거에서 책임있는 정치적 주장으로 국민의 건전한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는 게 정당의 목적인바, 제1야당은 그렇다치더라도 여당마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도 도입 취지에 반(反)하는 비례전담 정당에 눈독들이고, 그에 맞도록 정책보고서를 만들어 합리화시키는 것은 꼼수가 아닐 없다. 민주당의 민주연구원 대외비 보고서에서는 “… 미래통합당은 선거법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성정당을 창당해 비례 의석을 도둑질하려 했다. 비유하자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과 같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정도와 동맹(?)정당과의 신의를 헌신짝같이 버리는 처사는 또 무엇인가.

진흙탕 정치바닥일수록 여당은 정정당당하게 나가야 한다. 4.15총선 비례대표 전략에서 당내 일부 인사가 제기하는 바대로 비례후보자를 내지 않고, 미래통합당의 반(反)정당, 반(反)민주적 작태를 국민에게 알리고 법적 대응하면서 선거법 협상 과정에서 우군이 된 ‘4+1체제’ 전격 지원해 연대 세력을 확보하는 게 향후 정국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민주당의 비례대표 꼼수 술책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일진대 임시 단맛에 혹하여 내내 쓴맛 삼키며 곤궁에 빠져 들기를 자초할 것인가. 정도(正道)를 걸으며 당당하게 4.15총선에 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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