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롯데하이마트가 지난 9일부터 오는 16일까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롯데하이마트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창사 20년 만에 처음으로 실적부진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은 41% 급감했고 매출도 2.1% 감소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연내 전국 11개 매장을 폐점하고 21개 매장은 통폐합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달 주력 사업인 대형마트, 양판점과 백화점 등 채산성이 없는 전국 매장 200개를 향후 3~5년간 폐쇄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만큼 그룹차원의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당시 롯데는 정리되는 매장 인력은 다른 점포로 재배치하는 등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롯데하이마트처럼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 세계 유통업계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무게중심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롯데그룹은 중국의 사드배치 보복 타깃으로 지목되면서 수조원대 손해를 보고 중국내 112개에 달하던 모든 매장을 매각한 바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관계가 악화되자 일본기업으로 낙인찍힌 롯데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국내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급성장하는 동안 소비자들의 니즈와 혁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오프라인 업체들의 입지는 급격히 위축됐다. 이에 따른 실적부진, 주가 하락과 주주들의 원성을 감안하면 롯데그룹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사라지는 200여개 점포 소속 임직원과 협력사 등을 포함하면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더 나아가 폐쇄되는 점포 인근 지역 상권이 무너지는 등 부동산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상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접고 사업성이 높은 신사업을 추구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속담에 배 밭에선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국내 굴지의 유통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점이다. 자칫 코로나19를 빌미로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시작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유통업체뿐 아니라 존폐 기로에 서있는 항공, 여행산업은 창사 이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영세 소상공인은 대출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버틸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 상생의 해법을 찾기보다는 손쉽게 인력 구조조정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비단 롯데뿐 아니라 이마트 등 모든 유통업체에도 해당된다.

오프라인 유통이 저물고 온라인시장이 점점 커지는 등 유통업체 패러다임의 변화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매장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기업 아마존이 오프라인 공룡 월마트를 추월하자 월마트는 온라인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한 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오프라인의 단점을 온라인의 장점으로 극복하고 오히려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이 요구되는 시대다. 아직도 입지가 좋은 곳의 신규 출점 경쟁은 여전하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점 폐쇄로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는 임직원과 협력업체들의 처지도 고려해야한다. 롯데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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