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정부가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세계 1위의 전자정부’로의 재도약을 선포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세계가 부러워했던 전자정부 강국이었다. 유엔 전자정부 발전지수평가에서 우리나라는 2010년, 2012년, 2014년 3회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후발국에 기술과 경험도 수출했다. 이는 정부가 전자정부 구현과 실행에 20여년에 걸쳐 범국가 정책사업으로 강력히 추진해 온 결과였다.

전자정부의 태동은 1980년대 초부터 시작한 국가기간전산망사업이었다. 국가기간전산망사업은 행정전산망·교육연구전산망·금융전산망·국방전산망·공안전산망 등 5개 기간전산망 별로 추진했는데 이 중에서 행정전산망사업은 종래 부처별·지역별로 흩어져 있던 행정업무를 종합해 전산화하고, 행정을 과학화하고 국민편익을 제고시켰다. 그 이후에도 1994년 정보통신부 출범과 함께 정보화촉진기본계획 마련, 전자정부법 제정 등 지속적인 노력으로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를 구현했던 것이다.

한 때 한국의 전자정부는 후발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벤치마킹의 모델이었다. 그러나 최근 유엔 전자정부 평가에선 우리가 뒤처지고 있다. 2018년 전자정부 발전지수평가에서는 덴마크와 호주가 1, 2위를 차지했고 우리나라는 3위를 기록했다. 덴마크는 정부가 나서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2016년 9위에서 2018년에 1위로 뛰어올랐다. 우리 전자정부의 후진은 범국가 정책사업이 아닌 부처업무의 일환으로 되면서 추진동력이 약화되고 대규모 투자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행정안전부는 지난 3월 2일 경찰청·소방청 합동으로 ‘전자정부 2025 기본계획’ 등을 담은 2020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행안부는 “디지털 전환 시대 도래로 기존의 전자정부 한계가 표출됐고 낡은 체제 극복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중장기 관점의 로드맵을 만들 것”이라면서 “AI 기반의 세계 1위 전자정부로 재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향후 5년 동안 AI 기반의 전자정부 목표를 담은 기본계획을 올해 안에 마련한다. 민간 클라우드 이용을 확대하고 민간 디지털서비스 전문 계약 제도를 도입, AI 구현의 핵심인 공공 클라우드 확산 기반을 마련한다. 디지털 행정혁신 촉진과 지능형 서비스 확산 근거 등을 담은 전자정부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AI 근간인 데이터 확보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지원도 강화한다. 공공데이터의 전면 개방 원칙 아래 기업·국민이 필요로 하는 신산업, 사회 현안 데이터를 개방한다. 국민이 자기 정보를 데이터 형태로 내려 받고 안전하게 유통하는 공공 부문 ‘마이데이터 포털’을 구축하고 자기 정보 활용권을 확대한다.

현재는 증명서 전체를 제출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최소한의 필요 데이터를 선별해 제공할 수 있다. ‘가명정보 활용’ 등을 담은 개인정보보호법 하위 법령도 신속히 정비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출범 지원 등 개인정보보호 거버넌스 개편에 주력한다. 유럽연합(EU)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의 적정성 결정도 빠른 시일 안에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디지털시대에도 ‘세계 1위의 전자정부’로 재도약하겠다는 정부 정책을 환영한다.

그러나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순위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기반으로 행정 업무를 혁신하고 국민에게 세계 최고의 질 높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부가 먼저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디지털 전환을 해야 한다. 전 부처가 혁신 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새로운 데이터와 외부 빅데이터를 이용해 정부의 디지털 서비스 플랫폼을 설계해야 한다.

해킹과 바이러스 침투 등 보안과 안전성 확보대책도 필수다. 또한 국가 정보화(수요)와 정보산업 육성(공급)을 연계 추진해 ‘정보통신 일등 국가’를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관련 산업육성도 도모해야 한다. 이는 행자부 단독으로는 부족하고 범국가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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