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정부가 마스크 대란을 극복하기 위해 부랴부랴 ‘마스크 5부제’를 전격 실시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평불만은 늘어가고 있다.

“오늘은 내가 가는 날인가? 아니네. 금요일이네.” 시민들은 달력을 보며 해당 요일이 내가 태어난 해인지 체크하고 오전 9시 전부터 약국 앞에서 줄을 서지만, 10분만 늦게 가면 일반적으로 구하기 힘들다. 약국마다 판매 시간도 제각각이다.

수유동의 한 약국은 오후 2시부터 판매를 했다. 한 지인은 오전 9시 전부터 20분 넘게 줄을 섰지만, 약국에서 돌아오는 답변은 “오후 2시부터 판매에요”라고 말했다. 성수동의 한 약국은 오전 9시부터 판매했다. 8시부터 줄을 선 시민들만 간신이 마스크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정부는 약국마다 판매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미리 방문해서 판매 시간대를 체크해야 한다는 것을 공지하지 않았다. 정작 약사조차도 마스크가 언제 입고되는지, 얼마나 들어오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은 정부가 마스크 공급을 늘렸다는 데 전혀 체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민들은 대체 언제쯤 마스크를 걱정 없이 사서 쓸 수 있는 건지 하소연하고 있다. 정부는 하루 1천만장 이상의 마스크를 전국에 보급하겠다고 했으나 마트와 약국을 찾은 사람들 대부분이 빈손으로 돌아갔다.

일반 약국들은 보통 200장 정도의 마스크가 들어오고 있다. 특히 약사들은 마스크 입고 질문 때문에 약국 업무가 마비되고 있다. 중랑구의 한 노년의 약사는 “내일부터 마스크 판매를 힘들어서 못할 것 같다”며 마스크 판매 때문에 모든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다며 괴로워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들이 시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정부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마스크 대리구매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거세지자 9일부터는 2010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나 1940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용 마스크를 보호자가 대리구매할 수 있게 조치했다. 정부는 5일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장애인용 마스크만 대리구매를 허용했으나 대상자를 넓힌 것이다. 결국 79세 노인은 몸이 성하지 않더라도 직접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매해야 한다. 정부는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시행한다고 하지만 보완책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5부제는 별 소용이 없다. 직장인은 오전 9시에만 시간이 되는데 해당 약국은 오후 2시부터 판매가 된다고 한다. 이러한 혼선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 해외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기까지는 최소한 6월은 지나야 잠잠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민들의 마스크 구매 싸움은 3월, 4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직장인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연차라도 써야하는 우스갯소리도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시민들은 마스크 1장을 구매하기 위해 ‘마스크 구입 전쟁’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얌체’ 일부 공공기관들은 정부의 매점매석 금지를 어기고 마스크를 대량 매입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사회적 책무를 져야 하는 공공기관이 자기들만 살겠다고 마스크 물량을 대량으로 몰래 구입한 것이다. 지난 2월부터 3월 현재까지 21개 공공기관이 구입한 마스크 개수는 총 38만 7879개다. 강원랜드가 14만 8945개, 한국남부발전 6만 5029개, 한국산업단지공단 2만 8600개, 한국가스기술공사 2만 6129개, 한국전기안전공사 2만 1681개다. 또한 한국가스공사 1만 9100개,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 1만 3350개, 한국동서발전 1만 2510개, 한국석유공사 1만 2000개 등이다. 이같이 1만개 이상의 마스크를 구입해 공적역할 수행이 설립 목적인 공공기관이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민은 윤리적 책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러한 공공기관들을 주시해야 하며 비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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