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본사 사옥 전경 (제공: 한국전력) ⓒ천지일보DB
한국전력 본사 사옥 전경. (제공: 한국전력) ⓒ천지일보DB

한전 ‘中기업 참여 검토’ 논란

해저케이블 구매·설치공사 입찰 준비

한전 “입찰참가자격 범위 문의한 것”

정부 “발주 기관서 자체적 판단하라”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한국전력이 국가 전력망 사업 입찰에 중국기업을 참여시키려한다는 논란을 빚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차이나 게이트 의혹 등으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국가 안보가 달린 전력망 사업에 중국기업을 끌어들이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전은 중국기업을 전력 사업 입찰 참여를 두고 기획재정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전력망 사업에 중국기업을 끌어들여선 안 된다는 국민청원까지 올라가는 등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중국기업에 대한 입찰 여부를 물어본 것이 아니라 입찰참가자격 범위에 대해 문의했던 것”이라며 중국기업을 입찰에 참여시키려 했던 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전이 추진하는 완도~제주간 제3초고압직류(3HVDC) 해저케이블 건설사업은 제주지역의 안정적 전력공급 및 전남 남부지역의 계통보강을 위한 사업이다. 사업규모는 자재비 700억원, 설치비 1600억원으로 총 2300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사업에 필요한 해저케이블 구매 및 설치공사 입찰을 준비 중이다. 이에 앞서 기재부에 입찰참가자격 범위에 대해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도 이 일환이다. 한전 관계자는 “(유권해석 요청에) 기재부는 발주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라”고 회신이 왔다고 말했다.

LS전선 강원도 동해시 해저 케이블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 LS전선) ⓒ천지일보 2020.3.10
LS전선 강원도 동해시 해저 케이블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 LS전선) ⓒ천지일보 2020.3.10

◆한전 “입찰참가자격 등 계약방법 내부검토 단계”

자체적으로 판단하라는 회신에 한전이 국내입찰과 국제입찰 중 어떤 입찰 공고를 낼지 주목된다. 아직까지 입찰 공고 일정은 준비단계로 정해지지 않았다. 한전은 “사업의 입찰방법, 입찰참가자격 등 계약방법은 현재 내부검토 단계로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계약의 목적과 성격 등 제반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후 관련 법령에 따라 계약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논란을 빚고 있는 부분은 한전이 기재부에 중국기업의 입찰 가능 여부를 물어봤다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가입된 국가가 아니므로 국내 공공조달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전선 업계에서는 한전이 기재부에 중국기업의 입찰 가능 여부를 물어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기업이 국내 전력망 사업 입찰에 대한 우려와 반발이 커지고 있다. 먼저 기술 검증도 안 된 중국기업에 국가 전력망 설치와 유지보수를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원자력국민연대를 비롯한 7개 시민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중국산 전력 케이블 도입으로 대규모 정전 사고라도 나면 지역의 일상이 마비되는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파괴하는 안보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한전 사업에 중국기업의 참여를 허락하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라는 청원 글도 올라왔다. 이 청원인은 “코로나19로 경제가 휘청이는 이 시국에 한 나라의 공기업인 한전이 국내 기업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중국기업의 입찰을 허용시켜 기회를 마련해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GPA에 가입 안 돼 한국 기업은 중국에 전력 케이블을 수출 못 한다. 하지만 중국기업은 한국 사업에 참여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 청원은 10일 오후 기준 31만명이 참여했다.

◆공정경쟁 차원에서 ‘국제입찰 진행’ 주장도 있어

반면 국내 기업 중 LS전선만 해저케이블을 만들 수 있어 사실상 국내입찰을 진행할 경우 LS전선만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공정경쟁 차원에서 국제입찰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한전이 이번 사업에 중국기업 입찰을 고려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반대목소리가 커진 데에는 코로나19 사태와 차이나 게이트가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이나 게이트’는 중국인 동포(조선족)들이 조직적인 온라인 활동으로 문재인 정부에 유리한 인터넷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진상조사 청원글이 올라오는 등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달 26~27일에 극우성향 사이트인 ‘일간 베스트 저장소’에 ‘나는 조선족이다. 진실을 말하고 싶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글쓴이는 “조선족이 한국의 모든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의 지시를 받아 친정부 성향 글을 올려 한국의 여론을 좌지우지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이었다. 또한 “항상 네이버 댓글을 볼 때나 ‘맘카페’에 글을 읽을 때 절대로 저것이 한국인이 주도하고 있는 여론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된 이후 네티즌들은 저마다 추론을 제시하고, 나름의 증거를 내놓으면서 논란을 키웠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을 응원한다는 청원에 방문한 트래픽을 지역별로 분류해보니 96.8%가 국내에서 유입됐다”며 중국 유입은 0.02%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미래통합당 박성중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지난해 워싱턴포스트지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중국의 인터넷 여론조작 의혹을 지적한 바 있다”며 “특위 위원장인 제가 ‘차이나 게이트 방지법’ 대표 발의자가 되고 특위 위원들이 공동발의하는 형식으로 곧 개정안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추진하는 ‘차이나 게이트 방지법’은 포털사이트에 글이나 댓글을 쓸 때 접속장소 기준으로 국적을 표기하게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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