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푸른요양원. (출처: 뉴시스)
봉화 푸른요양원. (출처: 뉴시스)

경산, 원인 모를 집단감염 급증

경북경산, 대구 청도 사이에 위치

중국유학생·중국 근로자 많은 곳

 

경산시 “확진자 동선 일부만 공개”

중국發 코로나19 감염 은폐 의혹

“경산을 특별재난지역” 국민청원

[천지일보=홍수영·김가현 기자] “저 경산 사는데 확진자수 엄청나게 늘어요. 경산은 중국인들도 많아요. 경산시청은 무슨 이유인지 확진자 동선을 직장 병원 약국 외에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해서 더더욱 불안해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과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청원인은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는 경산이 대구와 인접해 있는데도 행정구역상 경북이라는 이유로 특별재난지역에서 제외돼 마스크 공급이 안 되고 있다”면서 “경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해당 청원은 9일 현재 2만여명이 동의했다.

9일 경북 경산에 거주하는 70세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이로써 국내 사망자는 총 53명으로 늘었다. 경북에서만 벌써 1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현재 경북은 대구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신천지교회를 제외한 집단감염도 경북에 밀집돼 있다.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산지역 확진자는 경산 제일실버타운 17명, 경산 서린요양원 13명, 경산 행복요양원 8명, 경산 엘림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3명, 한국전력 지사 4명, 경산 참좋은재가센터 14명 등이다. 이밖에 청도 대남병원 119명, 봉화 푸른요양원 51명, 칠곡 밀알사랑의집 25명도 모두 경북 도내에 위치한다.

경산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국민청원.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천지일보 2020.3.9
경산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국민청원.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천지일보 2020.3.9

특히 대구와 청도 사이에 위치한 경산에 최근 집단감염을 비롯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산시 홈페이지에 등록된 확진자는 9일 현재 489명이다. 이중 61번까지는 동선이 모두 공개됐지만 62번부터는 일부 주요 동선만 공개하는 것으로 정책이 바뀌었다.

경산시는 “확진자 급증에 따른 환자 조기발견 및 치료에 주력하기 위해 주요동선(직장, 병의원, 약국)만 밝힌다”고 정책변경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인이 많은 경산 특성상 중국인에 의한 코로나19 감염 의혹이 짙은 상황에서 이같은 정책이 시행되자 중국인에 의한 감염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동선 일부 비공개’로 정책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일부 동선 비공개 첫 대상자였던 62번 확진자는 8일 안동의료원에서 입원 치료 중 사망했고 접촉자 수도 공개돼 있지 않다.

◆ 경산, 중국인 유학생·근로자 많은 곳

경산에 코로나 확진자가 왜 급증하는지에 대해 방역당국은 현재까지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경산의 사정을 아는 국내 조선족들이나 경산 시민들은 정부가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하지 않으면서 현재 상황을 어느 정도 예견했다는 반응이다.

경산산업단지에는 중국 조선족 근로자가 상당수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산 요양원을 비롯해 국내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간병인도 거의 조선족이다. 또 경산 시내에 성행하는 마사지업소에서 근무하는 여성 대부분도 중국에서 관광비자로 입국한 조선족들이다.

마사지 업소를 드나드는 조선족 여성들은 당국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3개월 비자로 입국해 보통 한달만 일하고 중국으로 갔다가 오기를 반복한다는 게 대림동 거주 조선족들의 주장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요청하는 글. (출처: 온라인 카페글 캡처) ⓒ천지일보 2020.3.9
청와대 국민청원을 요청하는 글. (출처: 온라인 카페글 캡처) ⓒ천지일보 2020.3.9

경산에 이처럼 중국인 조선족들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접근성 때문이다. 중국에서 대구공항으로 이어지는 직항로가 있고, 수도권에 비해 생활비가 적게 드는데다, 그간 대구경북이 지역 활성화를 위해 중국인 유치에 힘써 중국인을 위한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

경산이 행정구역상은 경북이지만 대구에 인접해 있는 점도 중국인들이 많이 몰리는 이유로 꼽힌다. 경산과 대구 대중교통(버스, 대구지하철2호선)이 연결돼 있고, 경산은 지역번호도 대구와 같은 053을 사용한다. 사실상 대구와 같은 생활권인 셈이다. 대규모 집단감염이 일어난 청도와 대구 중간에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경산이 위치하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여러 정황상 대구·경북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경산의 중국인들이 관련됐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경산에서 집단감염이 급증하는 것을 내국인 탓으로만 돌리기엔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

그러나 지금껏 정부는 우한을 다녀왔다고 말한 한국인 확진자 외에 중국인이 한국에서 감염원이 됐다고 발표한 적이 없다. 강원도가 자체적으로 중국 유학생을 검사해 확진자로 확인된 게 거의 유일하다.

중대본도 8일 요양원 등에 있는 고령자가 감염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말할 뿐, 요양원에 있는 환자들이 누구와 접촉해서 집단감염이 됐는지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감염원인 중국인 입국금지를 안 해서 코로나가 확산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중국인 확진자에 의한 감염 사실이 드러나자 이를 감추고 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1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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