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CEO·임원. (출처: 연합뉴스)
여성 CEO·임원. (출처: 연합뉴스)

168곳은 단 1명도 없어… 전체 84%

미국 200대 기업 ‘28.4%’와 격차 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국내 200대 상장사의 등기임원 중 여성은 100명 중 39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500대 기업 중 상위 200대 상장사의 등기임원 1444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여성 등기임원은 39명으로 전체의 2.7%로 집계됐다.

이는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200대 기업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미국 200대 기업은 등기임원(2410명) 중 여성 등기임원 비중이 28.4%(684명)로 4명 중 1명 수준이다.

특히 국내 200대 상장사 중 여성 등기임원이 단 1명도 없는 곳은 168곳으로 전체의 84%에 달했다. 나머지 32곳(16%)도 여성 등기임원이 3명 이상인 곳은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 1개뿐이고 삼성전자 등 5곳은 2명, 나머지 26곳은 1명에 불과했다. 이는 200대 기업 모두 여성 등기임원을 1명 이상 두고 있는 미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여성 대표이사도 미국과 큰 차이를 보였다. 국내 등기임원 중 여성 대표이사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 한성숙 네이버 사장 등 3명뿐이다. 오너 일가인 이 사장과 김 사장를 제외하면 사실상 한정숙 사장 1명뿐인 셈이다.

반면 미국은 9개 업종에 무려 12명의 여성 대표이사가 재직 중이다. 특히 여성 불모지로 불리는 ‘중후장대(자동차·에너지·철강 등)’ 업종에서도 메리 바라 GM 회장(자동차·부품), 린 굿 Duke Energy 회장(에너지) 등 여성 CEO가 맹활약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올해까지 이사회의 여성 비율을 40%까지 높이도록 권고하는 등 전 세계가 여성 등기임원 비중을 높이는 추세지만 국내 기업은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내에서도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상장사는 여성 등기임원을 최소 1명 이상으로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달 국회를 통과해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기업이 이를 위반해도 처벌할 수 있는 법조항이 없다.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이사장(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벌칙조항이 없는 것이 법을 위반해도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대기업들이 위 규정을 잘 준수함으로써 향후 법 적용 범위가 더 많은 기업에까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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