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
 
▲ 성전 방극률

가지가지 옷가지에
네모진 수건 열댓장을 개키며
부처님 앞에 앉은 듯
수행시간을 가져 본다
사실, 담배 한 개비 피던 시간을
하루 정량을 피운 많은 시간을
수행하는 시간이라면 큰 오산이다
시간 허비일 뿐더러
시간에 대한 예의는 더욱 아닌 것이다
담배야 습관성에
기호품 중에서도 비싸게 투자되는 것이니
권장사항은 못되지만
천부적 소질이 필요치 않은
이 옷가지 개키는 일이야말로
마음속의 정리 정돈에
영혼 저 바닥까지 조용해 진 수행법
기계가 아닌, 두 손으로 할 수 있는
최고 예술의 가치이니
습관성으로 해 봄직도
최적의 시간 보내기 방편이라

이것이,아름다운 수행자라고
감히 적어보는 것이다.


-방극률 시인 약력-
서정문학 운영이사, 서정문학 기자단장
삼성전자 청맥 동인 3호~17호 발간
시집 <머리 위에 산, 산 위에 하늘> <작은 사람 작은 거인>

-시평-
세상 산다는 것이 어렵고 힘들수록 종교적 책임의 원리인 수행에 기대려 하는 마음이 커진다. 늘 새롭고 각기 다른 하나의 실천으로도 행복을 얻을 수 있는데 그것은 순수하고 소박하게 사는 일이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옷가지와 수건을 단정히 접고 포개는 일이야말로 최고의 수행법이라 표현한 시인의 아름다운 마음은 큰 울림을 던져준다. 사람들이여! 가정이란 늘 미완성 교향곡이다. 가족을 감싸고 어루만져 새 힘을 얻게하는 사랑의 보금자리를 위해 오늘 하루만이라도 수행자가 되어 보라.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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