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푸른요양원. (출처: 뉴시스)
봉화 푸른요양원. (출처: 뉴시스)

원인미상 요양원 집단감염 ‘속출’

‘중국발 간병인 원인’ 의혹 제기

간병인 코로나 전수조사 없었다

 

정부 “간병인 정확한 숫자 몰라”

2월 전수조사서 요양원 제외돼

제2, 제3 푸른요양원 발생 우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전국 요양시설에서 신천지와 무관한 원인 미상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2월 중반 정부가 업무에서 배제시켰던 중국인 또는 중국 여행이력의 간병인이 그 원인일 것이라는 의혹이 또 다시 불거졌다.

당시 춘절을 맞아 중국을 방문하고 왔던 간병인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없이 무작정 그들을 업무에서 배제시켜버리면서 코로나19 감염원이 확인되지 않은 채 지역사회로 흘러들어 갔고, 최대 38일까지 거론되는 무증상 코로나19 감염자의 잠복기를 고려할 때 요양시설의 환자들은 업무배제 전 간병인들로부터 이미 감염된 채로 존재하다가 이제야 발견되고 있는 것이 아니냔 의혹이다.

게다가 전수조사 당시 요양병원이 아닌 요양원에 대한 조사는 빠져있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제2, 제3의 푸른요양원이 또 발생할 수 있기에 감염원일 가능성이 있는 중국인(조선족) 간병인에 대한 신속한 역학조사를 진행해 추가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푸른요양원, 하루새 47명 무더기 확진

6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경북 봉화군 푸른요양원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이틀새 49명으로 급증했다.

지난 4일 이 요양원의 입소자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5일 오후 3시, 오후 7시 50분, 오후 9시 10분 등 각기 시간은 다르지만 이날 하루에만 총 47명의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집단감염 사실이 파악됐다. 하지만 정작 방역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감염원은 파악되지 않았다. 추가적인 감염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뿐 아니라 6일 0시 기준(누적) 경북지역에서만 경산 서린요양원 13명, 경산 행복요양원 8명 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지난 2월 17일 전후로 업무에서 배제된 중국인(조선족) 또는 중국 여행이력의 간병인이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다시 제기됐다.

앞서 지난 2월 17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요양병원·간병인 실태조사 방안’에 대해 “요양병원 종사자 및 간병인 중 후베이성 입국자는 필수적으로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권고했고, 특히 간병인은 파견업체 등을 통해 중국 여행력을 확인 후 업무배제 하도록 권고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중수본은 병원들이 해당 권고를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수(실태)조사를 진행하겠다며 “실태조사는 전국 1470여개 요양병원 전체를 대상으로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전국 건강보험공단 지사의 협조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실태조사 내용은 ▲모든 요양병원 종사자의 중국 등 특별입국절차 대상지역 여행 이력 ▲동 이력 종사자의 업무배제 여부 및 미배제한 경우 그 명단 ▲입원 환자 중 폐렴환자 여부 및 조치 내용 ▲면회객 제한 여부 등이었다.

◆정부, 간병인력 공식통계 없이 조사 진행

당국은 병원들이 권고 사항을 제대로 지키는지 여부를 파악할 뿐 업무배제된 중국인(조선족) 또는 중국 여행이력의 간병인에 대한 코로나19 진단 검사는 실태조사에 포함하지 않았다. 또한 당국은 중국에서 입국한 병원 종사자 및 간병인들에 대한 인력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김강립 중수본 부본부장은 2월 17일 브리핑에서 “요양병원 간병인들은 대부분 사적 고용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하게 공식적인 통계를 확보하고 있진 않다”며 “점검과정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숫자가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간병인 전체에 대한 정확한 숫자를 공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예정대로 전수조사를 진행한 당국은 지난 2월 20일 브리핑을 통해 그 결과를 공개했다.

중수본은 “전국 요양병원 중 휴·폐업으로 조사하지 못한 44개소를 제외한 1435개소에 대한 조사 결과, 중국 여행이력 14일 이내의 간병인에 대한 업무배제율은 97.4%였다”며 “1명은 미배제돼 현장에서 조치했다”고 밝혔다.

비록 당국이 병원 종사자들을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중국 등에서의 입국한 자의 경우 14일간 출근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는 하지만 그사이 직장을 그만둔 중국인(조선족) 또는 중국 여행이력의 간병인에 대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파악했던 것은 아니었다.

◆“더 취약한 노인요양원 있다” 언론도 지적

더 큰 우려는 해당 전수조사에서 전국 요양원들은 모두 빠져있었다는 점이다.

의료진이 함께 상주하고 있는 요양병원과 달리 요양원에는 간병인이 있을 뿐 의료진은 없다. 요양원에는 계약의사가 있어 2주에 한번 정도 요양원을 방문해 입소자들을 진찰하거나 약을 처방한다. 상시 진찰이 가능한 요양병원보다 의료진의 손길이 뜸한 요양원에서의 코로나19 감염은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 20일 중수본 브리핑 당시 취재진도 “(정부가) 전국 요양병원을 전수조사를 했는데 그것보다 더 취약한 노인요양원이 있다. 이 부분 전수조사할 계획은 없느냐”라고 물었지만 김 부본부장은 “요양시설에 대해서도 지금 주신 문제의식과 같이 확인하고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갖춰서 시행했다”는 답변을 했을 뿐 전수조사에 대한 확실한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정부의 애매한 대응 속에 봉화 푸른요양원, 경산 행복요양원 등 신천지와 무관한 원인 미상의 집단감염이 요양원을 중심으로 속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금이라도 코로나19 요양원 집단발생의 감염원일 가능성이 있는 조선족 간병인에 대한 신속한 역학조사를 진행해 추가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2016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박대진 사무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직 중인 간병인 수를 포함하면 2016년 현재 3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 중 90%인 약 27만명이 중국동포(조선족)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6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준비하고 있다. 이날 분당제생병원에서 입원환자 3명, 간호사 2명, 간호조무사 3, 환자 보호자 1명으로 총 9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천지일보 2020.3.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6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준비하고 있다. 이날 분당제생병원에서 입원환자 3명, 간호사 2명, 간호조무사 3, 환자 보호자 1명으로 총 9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천지일보 2020.3.6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