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

현대 도시에서 가장 큰 건축물을 꼽으라면 아마도 스포츠 시설물들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국제종합스포츠제전인 올림픽을 치른 세계적인 도시들은 어마어마한 스포츠 경기장들을 갖추고 있다. 서울 잠실운동장, 도쿄 올림픽스타디움, 북경 수도경기장 등에는 마치 로마시대 최대의 건축물인 콜로세움처럼 거대한 인공 건축물들이 위용을 자랑한다.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선 많은 관련 시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88하계올림픽을 치른 서울에도 자연 많은 경기장이 세워졌다. 잠실운동장에는 축구장, 야구장, 실내체육관 등이 들어섰다. 올림픽 공원에는 역도, 체조, 수영장들이 건립됐다. 서울올림픽 때는 많은 내외국인 관중들이 이들 경기장에 몰려 올림픽 경기를 즐겼다. 서울올림픽 이후에도 이들 경기장에서 예정된 스포츠 경기가 멈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사망자 수가 두 자리 숫자를 넘어서고 확산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유례없이 운동경기 중단 사태 또는 연기 사태가 줄을 잇고 있다. 프로축구가 올 시즌 개막을 연기했고, 프로야구는 지난 1982년 출범 후 최초로 시범경기를 전면 취소했다. 프로농구는 정규리그의 남은 경기를 전면 취소했고, 남녀배구는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른다. 야외종목인 골프는 오는 4월 LPGA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대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3일 하루동안은 국내 모든 프로‧아마 종목 경기가 아예 멈춰섰다. 1년 내내 쉼 없이 벌어졌던 스포츠 경기가 일시 중단됐던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로 스포츠 활동이 중단됐던 이래 40여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게 대한체육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외 사정도 국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오는 8월 열릴 도쿄올림픽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도쿄올림픽조직위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밝히며 선수들에게 참가할 준비를 할 것을 권고했지만 올림픽 개최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프로축구는 이번 주말 예정된 유벤투스와 인터 밀란의 매치를 포함해 5경기를 연기시켰다. NBA는 코로나 예방지침으로 선수들간의 ‘하이파이브 금지령’을 내렸다. 이처럼 스포츠 경기가 파행을 거듭하게 된 것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감염 우려와 건강한 환경유지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스포츠 경기에는 많은 사람이 모이게 되는데, 사람 대 사람으로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는 스포츠 경기를 매개물로 삼아 확산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텅 빈 경기장을 보면서 선수, 임원, 언론인, 관중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앞으로의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스포츠가 마치 코로나의 희생양처럼 비추어지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얼마나 이어질지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한체육회 한 관계자는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한 각 종목 예선전이 한창 열려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올 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문제는 무관중 경기 또는 연기나 취소 이외의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고 했다.

현재 가능한 대책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시간만이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건당국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자연스럽게 억제될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텅 빈 경기장에 다시 많은 관중들이 모여 응원의 열기를 뿜어내는 모습을 빠른 시일 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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