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의형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저신용자 전담 재무주치의’ 포도재무설계 라의형 대표 인터뷰

“우보천리(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계획한 목표를 향해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 목표를 이루겠다는 말로 이는 라의형 포도재무설계 대표이사의 경영 철학이다.

그에게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바로 신용을 잃게 되면서 삶에 대한 희망마저 포기해 버린 저신용자들을 살리는 것이다.

◆ ‘포도’는 사람을 살리는 곳

“고객의 재산을 알차고 안정적으로 가꾼다는 의미에서 ‘포도’를 넣어서 회사 이름을 지었습니다.”

‘포도재무설계’라는 이름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포도송이가 알알이 영글듯 고객의 자산도 이같이 관리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1997년 IMF(금융외환위기) 당시 많은 사람이 겪었던 절망을 라 대표도 겪었다고 한다.

“진짜 전쟁이라도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죠. 살아날 구멍이 전혀 보이지 않았거든요.”
당시 신용불량자가 돼 죽음이라는 최악의 순간까지 생각했다는 그. 하지만 그렇게 힘들었던 시간이 오히려 지금의 라 대표를 존재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그때 이런 결심을 했었어요. 다시 일어설 수만 있다면 돈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살리는 일을 하겠다고… ”

◆ “제게 모든 사람은 귀합니다”

그에게는 사람의 존재 가치를 높이는 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이익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금융회사는 이익을 내기 위한 어설픈 고객 만족만 내세울 뿐 고객을 위한 진정한 철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의 이러한 신념은 ‘부자와 가난한 자를 구분하지 않는다’라는 회사의 경영이념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철학은 회사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유지됐다.

그는 그를 믿고 함께 회사를 이끌어온 직원들에 대한 자부심도 남달랐다. 특히 직원들을 ‘후배’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습에서 그들을 아끼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직원들이 회사의 수익과 거리가 먼 상담을 해야 할 땐 솔직히 힘들었을 텐데도 크게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의 사명이라 생각하고 따라주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직원들이 이 일을 사명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재무설계 상담 시 상담을 잘못하거나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고객들이 받을 피해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재무설계는 돈 많은 사람이 받는 것이다?

그는 재무설계가 서민·중산층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돈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무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재무상담의 핵심은 현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소비습관과 재테크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으면 가정 경제생활은 어려울 수밖에 없고 부채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재무상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서민을 위한 재무설계 노하우로 ‘재무 목표를 세우는 것과 근검절약’을 꼽았다. 즉 부모님 세대가 강조했던 노하우가 황금률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나 이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단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희만사’

지난 2009년 7월 주식회사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희만사)’이라는 대안금융업체가 설립됐다. 대상은 고금리 사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라 대표는 지난 13년간 약 7만여 가정을 대상으로 재무설계 상담을 하면서 많은 사람이 돈에 대한 철학과 목표, 소비습관과 신용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에 그는 금융소외자들에게 부채의 악순환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날 방법을 제시하고 지속적인 조언을 통해 멘토 역할을 하고자 희만사를 설립하게 됐다고 전했다.

희만사가 만들어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은행 행장부터 신협본부 실무자까지 많은 사람을 만나 희만사의 목적과 취지를 알렸지만 이러한 상품을 만드는데 그들의 도움을 얻지는 못했다. 이후 그는 이 사업에 뜻이 맞는 사람을 찾아다닌 결과 희만사를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희만사는 지난 1년 반 동안 총 150명의 고객에게 8억 5000만 원을 대출했다. 여기서 말하는 고객이란 대부분 신용 9등급의 저신용자다. 그에 따르면 9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인 7~8등급의 대손율(대손충당금 비율, 손실로 간주하고 없애버린 금액 또는 비율)이 15%라고 한다.

“처음 시작할 때 여기저기서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돈을 돌려받지 못해 결국 실패할 게 뻔하다고… ”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10일 이내 단기연체율이 1%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일반은행이 신용 4~5등급에게 빌려주는 신용대출의 30일 이내 연체율이 5%쯤 되는 것과 비교해 봐도 이 결과는 놀라운 성과다. 이는 포도만이 가진 상담의 힘에서 비롯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상담을 받은 사람들이 고마움의 표시로 편지와 선물을 보내왔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제 첫걸음을 내디딘 희만사. 그러나 라 대표는 희만사의 성공을 점쳤다. 지난 10여 년간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상담해온 결과 그들의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했고 따라서 그 해결방법도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대출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을 다 살려낼 것입니다. 대출 조건을 갖춘 사람은 대출을 통해서, 그렇지 않은 사람은 멘토링과 상담을 통해서 말입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저신용자가 830여 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중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지식과 실행력을 갖춘 사람은 단 3%, 25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즉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개별 상담을 통해 원리금 상환 가능 여부를 파악하고 그들의 한 맺힌 이야기를 다 들어줘야 하며 그들에게 맞는 정부 제도를 안내해줘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희만사의 규모를 급격히 키울 능력도 부족하지만 그럴 마음도 없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죠. 하지만 10년이고 30년이고 꾸준히 이 사업을 진행해나갈 계획입니다.”

“희망은 있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면 절벽 아래로 떨어질 상황이었을 때도 나는 한 번도 희망을 놓은 적은 없다. 돌아보면 사방이 꽉꽉 막힌 벽이었을 때도 잠시 숨을 멈추고 기다렸다. 벽이 열릴 때까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외치면서” -안효숙의 <나는 자꾸만 살고 싶다> 중에서-

이 글은 희만사를 알리는 홍보 책자의 첫 페이지에 실린 글이다. 마치 라 대표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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