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 시인 

 

가짜뉴스는 사회를 혼란시키는 바이러스다.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대체적으로 재난·전염병 혼란기나 선거 때 많이 유포되고 있는 현상인바, 코로나19로 국민여론이 달구어지는데다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기라서 그런지 요즘 가짜뉴스 바이러스가 더욱 맹렬하다. 이렇게 온갖 가짜뉴스 사회적 독버섯들이 창궐해 건전사회를 해치고 있으니 정부가 또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해야할 판이다. 

작년 가을 조국사태로 온갖 이야기가 떠돌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가짜뉴스를 질타했다. 물론 국경없는기자회(RFS) 대표단이 한국의 언론의 자유 신장을 위해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지만,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사실에 기반한 공정한 언론이 사회 구성원 간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믿는다”며 언론의 공정성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언론 자본과 광고 자본, 속보 경쟁과 극단적인 입장의 대립, 생각이 다른 사람들 간의 증오와 혐오, 빠르게 확산되는 가짜 뉴스나 허위정보들이 공정한 언론을 해치고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 후 정부에서는 근거 없는 소문, 거짓 정보, 사실을 왜곡·호도하는 가짜뉴스 근절 대책에 몰두하고 있지만 SNS상에서 치고 빠지는 전략 등에 완전히 뿌리뽑기가 쉽지 않다. 특히 정치나 경제, 상업 등 분야에서, 또 일부 언론의 기득권 세력들이 자신의 이익 쫓기에 매달려 자기 입장을 적극 옹호하다보면 그것이 허위일지라도 독자들과 국민들은 어느 것이 ‘암까마귀인지, 수까마귀인지’ 구별하지 못한다. 그런 만큼 가짜뉴스 바이러스가 판치는 사회분위기가 됐다.

그런 가운데 우리사회는 지금 ‘코로나19’ 사태를 만나 나라 안이 시끄럽고 국민들이 불안하다. 중국 우한에서 발현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때만 해도 중국의 이야기이려니, 정부가 대책을 세우고 있으니 그에 따르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커져서 지금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초태풍급이 되고 말았다.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발현지인 우한지역에 대해 봉쇄하던 1월 그때에 우리 방역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처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감염 확산과 사회적 혼란과 국민 불안이 없었을 터인데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 보건재앙의 책임은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정부 당국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8일 코로나19 대책을 위해 대통령과 4당대표들이 회동한 자리에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말에서도 나타난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을 향해 “도대체 무슨 근거로 머잖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나”라 따지듯 물었고, 이어서 지난 20일 영화 기생충 제작·출연진과 청와대 짜파구리 오찬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보인 파안대소는 온 국민의 가슴을 산산조각냈다”고 했으니 이는 정부의 안일한 자세로 초기단계 대응 실패를 지적한 것이다.  

중국인 입국 금지 등 정부의 초기단계 대응 실패가 코로나19 방역의 허점이 돼 대구·경북지역에서 확진자 대량 발생 사태로 이어졌다. 정부에서는 특정 종교단체(신천지교회)를 확산 주범으로, 또 결국 정부의 해이하고 느슨한 방역대책으로 인해 피해를 본 신천지교회 대구 신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데 급급했다. 국민보건에 대한 종국적 책임은 국가에 있다. 코로나19 방역망이 뚫렸다면 그것은 국가운영을 책임진 정부의 책임이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어떻게 정부가 피해자인 국민을 탓할 수 있단 말인가. 이번 사태를 객관적이고 엄밀히 따지자면 정부의 초기단계 미흡이 잘못임이 분명한데도 최대 피해자인 국민들이 난도질당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온갖 허구의 가짜뉴스들이 판을 치고 있다. 일부 언론이 코로나19 정국에서 때를 만난 듯 특정종교를 비방하고 폄훼하고 있는 중이고, 심지어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는 누가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악의적 내용으로 심각하다. 가정으로 마스크를 지급해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문을 열어주지 말고 확인해 신천지교인이라면 마스크를 받지 말라는 것이다. 신천지교인들이 전염병을 퍼트리기 위해 가가호호 방문한다는 것이니 어디서 이런 얼토당토않은 독성 바이러스 같은 거짓정보가 유포되는지 걱정스럽다.

2018년 가을, 어느 문화평론기자가 모 신문에 쓴 칼럼 ‘페미니즘과 포퓰리즘이 만날 때’ 제하에서 ‘극우와 기독교가 만나는 곳에 ‘가짜뉴스 공장’이 있었다. <한겨레>가 단독 보도한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는 이렇게 시작된다’는 글을 썼다 곤욕을 치렀지만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이 “가짜뉴스 본 적 있다”는 조사가 있다. 코로나19 정국에서 국민들이 합심해 ‘대한민국 힘내자’를 외쳐야 할 마당에 불행을 당한 특정종교 신도들을 매도, 왜곡하는 가짜뉴스들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바, 우리사회를 혼란시키는 가짜뉴스 제공자들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