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필자의 아이들에게 어릴 적 사교육을 시킨 기억이 별로 없다. 내 학창시절과 비교해 공부는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확고한 교육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돌이켜보면 공교육이 무너지지 않은 시대라 학교, 야자, 도서관, 독서실에서 하는 공부로 특목고, 명문대 진학도 가능했다. 지금은 학원이나 사교육이 수업을 맡고 학교는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다니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학교의 위신이 추락했다. 학교는 선행이나 사교육 받은 아이들을 평가하는 곳으로 전락해 사교육을 안 시킬 재간이 없다.

그래도 사교육 없이 학교 교육만으로 자녀를 원하는 대학에 진학시키고 싶은 학부모를 위해 방법을 제언한다. 먼저 부모 자신이 학창시절 중 단 1년이라도 죽을 만큼 공부에 매달려 본 경험이 있어야 하고, 학창시절 적당히 방황해본 경험도 있어야 한다. 공부하는 방법을 알아야 자녀의 공부를 지도할 수 있고, 자녀의 방황도 이해하고 바른길로 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로 근무할 당시 사교육 없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아이를 여러 명 봤다. 그 아이들의 공통점은 수업시간에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즉 사교육 없이 좋은 성적을 유지하려면 첫째, 학교 수업시간에 절대 집중하고 예습, 복습을 꼭 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예습은 배워야 할 학습에 대한 동기나 흥미를 스스로 갖도록 하는 것이니 배워야 할 단원을 한번 읽어 보기만 해도 수업에 흥미가 생긴다. 내신은 학교 시험으로 좌우되니 시험문제를 내는 교사의 수업을 잘 들어야 좋은 성적이 나온다. 예습이 1시간이라면 복습은 2시간으로 복습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

두 번째, 다른 아이들이 학원 다니는 시간에 집에 있으면 안 된다. 다른 아이들이 학원 갈 시간에 집에만 있으면 게임만 한다. 학교 도서관이나 집 주변 독서실을 이용해 하루에 3시간 정도 예습, 복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국공립 도서관 열람실을 이용해 공부하는 게 가장 좋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 주도 학습이 몸에 밴 사람들이다. 그들을 보며 자신의 학습 태도를 추스르게 된다.

세 번째, 어릴 적부터 일기 쓰기나 작문을 습관화시켜야 한다. 자기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줄 아는 글쓰기는 세상을 사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이다. 저학년 때는 일상의 이야기로 일기를 쓰게 한다. 고학년이 되면 뉴스와 책을 통해 보거나 읽은 내용에 대한 자기 생각을 하루에 한 편씩 쓰게 하면 논술 교육이 필요 없을 정도로 글쓰기 실력이 향상한다. 글을 잘 쓰려면 당연히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어릴 적부터 부모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휴일에 같이 도서관을 다니며 책 읽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네 번째는 체험학습이 중요하다. 필자는 체험학습이라는 개념이 없던 90년대 초에 한 달에 2회꼴로 체험학습하러 다녔다. 아이들을 데리고 등산도 하고 계곡이나 강에서 캠핑하며 자연 속에서 지낸 날이 많았다. 캠핑 간 날도 텐트에서 일기는 반드시 쓰도록 했다. 체험학습 다닐 때 경유지에 있는 박물관이나 유적지 한 곳은 꼭 들리도록 코스를 짜 역사, 사회 공부가 자연스럽게 되도록 했다. 방학 때는 방학 책에 소개된 장소를 순회하며 직접 느끼고 배우게 했다.

다섯 번째, 초등학교 때까지는 시험 1주일 전에는 부모가 같이 시험공부를 했다. 아이들은 교과서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문제나 지문의 어휘를 이해하지 못해 틀리는 경우가 많아 어휘 설명만 해줘도 큰 도움이 된다. 지금은 학교 시험이 없으니 부모가 교과서를 같이 보면서 읽어보고, 물어보고, 대답하는 식으로 공부의 습관을 들여줘야 한다. 부모가 같이하는 공부와 혼자 하는 공부는 성과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학원을 보내지 않으면 같이 놀 친구가 없어 학원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라고 일종의 탁아 비용으로 지출한다는 부모도 있다. 인기리에 방송되는 미스터 트롯에 출연한 14살 정동원은 공부 대신 소질을 길러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지 몸소 보여주고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할아버지 손에 키워지면서 트로트와 색소폰을 즐기며 어린 나이에 벌써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자녀가 공부에 소질이 없다면,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를 찾아 길을 열어주는 게 부모의 진정한 역할이다. 자녀의 장래를 위해 사교육비를 가장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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