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위에 군림하는 종교" vs "애국심의 표현"

(서울=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을 꿇고 통성기도를 한 것을 두고 종교계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4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수천 명이 참석한 공식 행사에서 영부인과 함께 무릎을 꿇은 채 1분여 간 통성기도를 한 것은 "군사독재 시절 일부 종교인이 용비어천가를 부르려고 만든 국가조찬기도회가 이제는 권력 위에 군림하는 절대권력이 됐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국가조찬기도회는 대통령뿐 아니라 시민과 공동체 전체를 무릎 꿇린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종교지도자로 선출된 것이 아니라 정치지도자로 선출됐기에 국민통합에 무한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대통령을 무릎 꿇린 것은 종교적 배타성을 넘어 종교가 정치 위에 군림하겠다는 오만함을 드러낸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개신교계는 진정으로 자중자애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또 "이번 기회에 정교유착의 온상인 국가조찬기도회에 정관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관행을 제도적으로 근절해야 한다"며 국회가 관련 법안을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보수 개신교계를 대변해 온 한국교회언론회는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기도한 것은 사회자의 인도에 따른 것이며,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것 자체도 특별한 게 아니다"며 "국가의 안위와 번영을 간절히 바라는 대통령의 기도라면 이처럼 겸손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겠냐"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단체는 "국민들은 오히려 이런 대통령의 모습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무릎 꿇은 대통령의 기도는 애국의 표현으로 이해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논평은 또 "대통령의 기도는 여러 현안이 무겁게 어깨를 누르고 있을 때 그 짐을 전능자에게 부탁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다운 모습"이라며 "취임 초부터 종교편향 논란으로 처신을 조심하던 대통령이 국가를 위해 행한 신앙의 표현을 두고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문제 삼는 것으로 옳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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