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20일(현지시간) 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부활절 전야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일(현지시간) 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부활절 전야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3년 즉위 이후 처음”
‘세계경제연대대회’도 연기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감기 증상으로 1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되는 사순절 피정에 불참하기로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교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관련 질병을 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린 일요 삼종기도회에서 행한 짧은 강론 중 여러 차례 기침하는 등 건강이 편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수천 명의 신도가 운집한 기도회에서 교황은 “불행하게도 감기로 인해 올해는 (사순절 피정에) 참석하지 못할 것”이라며 “나는 여기(바티칸)에서 묵상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이 가톨릭 신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순절 피정에 불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피정은 가톨릭 신자가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한 곳에서 묵상·성찰·기도 등 종교적 수련을 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2013년 즉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교황은 애초 교황청 고위 관료들과 함께 로마 남동쪽 외곽에 있는 아리차의 한 수도원에서 이날 오후부터 6일간 진행되는 연례 사순절 피정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교황은 지난달 27일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로마 시내 유서 깊은 산조반니 인 라테라노 성당에서의 사순절 미사 집전을 취소한 이래 외부 공식 일정을 잇달아 취소·연기하고 관저로 쓰이는 ‘산타 마르타’에 머물러왔다.

교황의 건강상태는 코로나19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전 유럽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신자들의 우려를 샀다. 교황이 코로나19 관련 질병을 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교황청 내부에선 관련성을 부인하는 분위기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언론 브리핑에서 “가벼운 질환 이상의 진단을 받았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한 주장을 부인한 바 있다.

한편 로이터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이달 26∼28일 중부 아시시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세계경제연대대회’를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오는 11월로 잠정 연기됐다고 전했다. 행사엔 교황의 폐막 강론이 계획돼 있었다.

주최 측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의 이탈리아행 항공 노선이 잇달아 중단되면서 참가자들의 방문이 쉽지 않은 현실적 여건을 고려했다면서 교황의 건강상태는 이번 행사 연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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