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국지전과 전면전 그리고 북의 급변사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대비태세를 총괄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키 리졸브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미본토로부터의 실병력 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은 다음달 30일까지 계획돼 있다.

북 또한 이에 질세라 핵 시설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고 최첨단 장비를 전방으로 전진 배치시키고 있으며, 군고위급의 최전방 순시를 통해 병사들의 전의를 다지고 있다.

한편으론 이 같은 분위기를 호기로 삼아 김정은 세습과 식량난 그리고 독재 권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중동으로부터 불어오는 시민혁명 열풍 등에 대한 여론과 관심을 돌리려 남북의 긴장국면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고도 봐진다.

이런 가운데 남측의 전단지 살포, 북의 핵참화와 불바다 등 상호 원색적 비난 속에서도 왠지 상대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자제력을 보이고 있음도 감지되고 있다.

이 말은 결국 남북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 또한 대화를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북미대화에도 ‘대북식량지원카드’를 앞세운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북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대화제스처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이 말하는 대화는 북의 체제전복이 아닌 대화다. 그러나 미국은 현상유지를 위한 대화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은 북의 변화에 의미를 둔 전향적 대화를 원하고 있으나, 미국은 남북의 적절한 대치국면을 유지하기 위한 대화라는 미묘한 시각차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은 평화를 위한 혈맹 내지 동맹관계에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국의 국익과 팽창주의라는 근대적 개념에 그 근거를 두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럴 때 미국이 그동안 세계에 또는 이 극동지역에서 보여 준 행태를 역사적으로 고찰해 봄으로써 오늘의 거울과 경계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며 한숨짓는 일은 이젠 그만해야 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우리는 92년 전 순국선열들이 피 흘리며 독립만세를 외쳤던 그 날을 기렸다. 왜 그 날이 있어야 했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랬을 때만이 되풀이되는 과오도 또 진정한 용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1910년 한일합방이 있기 전, 1905년 미국과 일본의 외상이 체결한 ‘카스라테프트조약’ 즉 조선은 일본이 지배하고, 필리핀은 미국이 지배한다는 밀약 내지 거래에 의해 사실상 일본의 식민지배는 시작되었다. 이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 일본의 조선 통치는 미국에 의해 결정됐다는 논리가 억지일까.

어찌 이 뿐이겠는가. 1952년엔 일본이 강제 정복했던 영토를 원래대로 회복시키기 위한 회의 즉, 샌프란시스코협약이 있다. 이때도 미국은 자국의 유리한 입장을 고려해 오늘날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억지 주장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오늘날까지 그 후유증은 민족의 가슴에 분노와 상처로 남게 됐다.

또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의 독재 내지 왕권 강화와 유지의 그 이면에도 여전히 미국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가장 민주적이고 가장 인권경시를 멸시하는 것 같으면서도 가장 비인도적인 면을 가진 두 얼굴의 나라가 바로 미국일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미국의 이러한 팽창주의적 국익과 현실주의는 중세 종교의 타락으로 인해 새로운 무릉도원을 찾아 나선 프론티어들의 개척을 빌미로 한 정복과 정벌에 기초한 사상이 지금도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깨달아야 한다.

가령 이집트의 무바라크가 30년의 철옹성을 쌓아올 수 있었던 이면에는 역시 철저하게 계산된 미국이 있었으며, 그의 몰락 또한 미국의 국익에 따라 처단된 것이다.

이때 우리는 정확한 역사와 진단을 통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아무리 화려했던 강대국들의 역사가 있었다 할지라도 이 시대가 허락하지 않는 사상이라면, 구시대의 유물로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진정 이 지구촌이 원하고 바라는 새 시대의 사상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거듭난 세상엔 우리가 있고, 우리로 인해 온 세상은 즐거워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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