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로봇/인지시스템연구부 공학박사

지난해 1월 100만 명 수준이던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1년이 지난 현재 700만 명을 훌쩍 뛰어 넘으며 스마트폰 사용자 1000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가속화 될수록 기존의 이동통신사업자들과 단말기 제조사들의 발걸음이 더욱 분주해 지고 있다. 변화된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자신들의 확고한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통화나 단문 메시지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하던 ‘피처폰’에서는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와 이동통신사업자 및 단말기 제조사들이 수직적 비즈니스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즉,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제공하는 고유의 플랫폼(앱 제공을 위한 소프트웨어의 틀)을 앱 개발자와 단말기 제조사들이 따라가는 종속적인 구조였던 것이다.

2007년 애플사가 스마트폰 혁명의 주인공인 ‘아이폰’을 들고 나왔을 때, 앱의 온라인 장터인 앱스토어를 오픈하면서 개발자에게 판매수익의 70%를 떼어주는 새로운 비즈니스 룰을 제시했다.

이는 곧 앱 개발의 활성화로 이어지며 스마트폰이 통화기능보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말기로 변신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스마트폰 비즈니스 생태계에도 개방화와 수평화의 바람을 불어 넣어, 앱 개발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인이나 중소기업에게도 독립적인 사업의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했다.

미국보다 1년 반 정도 늦게 아이폰을 도입한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폰 열풍이 거세게 몰아치며 이동통신 비즈니스 생태계에 큰 변화를 주었다. 피처폰 단말기 제조사에서 세계 최고를 자부하던 삼성전자는 아이폰의 대항마로서 구글사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따르는 갤럭시S를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요 이동통신사 KT와 SKT는 스마트폰 플랫폼의 주도권을 애플과 구글에 거의 다 내어 준 상태에서 각각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을 위한 통신 가입자의 유지 확보만을 위해 뛰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 특히 지난 주 SK텔레콤은 아이폰 발매를 공식화하며 단말기와 플랫폼에 무관한 네트워크 기반 사업과 서비스 사업에 주력할 뜻을 내비치는 등 스마트폰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통신사들의 변신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KT 경제경영연구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 스마트폰 무선데이터 사용량은 일인당 월평균 271MB로 글로벌 평균 85MB의 3.2배를 기록하며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곧 스마트폰에서 앱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되었음을 뜻하며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콘텐츠 산업이 주도하게 될 것을 방증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콘텐츠 역시 인터넷 상에서 사람들 간의 사회적 관계를 맺고 유지해 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2009년 9월부터 1년간 국내 주요 SNS 월간 방문자 추이를 보면 2010년 9월 트위터가 865만 명, 페이스북이 738만 명으로 각각 520%와 650%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아직 SNS를 통한 비즈니스 생태계는 잘 구축되어 있지 않고, 현재 반값 할인 티켓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소셜 커머스 업체에서 SNS 연계 비즈니스를 계획 중에 있을 뿐이다.

스마트폰의 개방된 앱스토어는 이제 개인이나 소규모 사업자들까지도 새로운 비즈니스 주체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기존의 SNS를 활용하든 새로운 위치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든 스마트폰을 통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소프트웨어/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면, 누구나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가장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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