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내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내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6

英외교장관, 회담 직전 취소 통보엔

‘외교적 결례를 당했다’는 비판 이어져

한국인 입국 제한 항의에 중국 측 반박

‘중국에 뒷통수를 맞았다’는 지적도 나와

전문가 “일부 언론이 한중관계 왜곡해 보도”

“中위생·의료 수준 낮아… 제한할 수밖에 없어”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와 맞물려 한국발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거나 한국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국가가 늘어나자 외교력 부재 논란 등 외교부가 수난을 겪고 있다.

이 시국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유럽 방문 적절성, 한영 외교장관회담 취소, 외교부의 항의에도 중국 지방 정부의 한국인 격리 조치, 일부 국가들의 사전협의 없는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한 외교부의 뒷북 대응 등 계속되는 지적에 외교부가 진땀을 흘리는 모양새다.

지난 22일부터 유럽 출장을 떠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일간 일정을 마무리하고 전날인 27일 입국했다.

그사이 한국인에 대해 입국 금지 또는 제한 조치를 취하는 나라들이 급증해 27일 오전 기준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 금지 또는 제한 조치를 취한 국가는 43개국으로 늘었다. 하루 새 튀니지 모로코 인도 몽골 등 13개 국가가 새로 추가됐다. 미국은 한국 여행경보를 ‘재고 권고’를 뜻하는 3단계로 격상했다. 28일에는 52개국까지 증가했다.

외교가 안팎에선 이런 상황에서 ‘재외국민 보호를 책임지는 외교 수장의 부재가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일었다.

아울러 ‘외교 홀대’ 논란에도 휩싸였다. 영국 방문 중에 외교부 장관을 만나지도 못하고 ‘헛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과 외교장관 회담을 하기로 했으나 회담 직전에 취소 통보를 받았다. 영국 측은 “라브 장관의 개인적 사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회담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대신 맷 행콕 영국 복지장관과 면담하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공식 발표된 외교장관회담이 ‘개인 사정’으로 무산된 일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외교적 결례를 당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출처: 외교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출처: 외교부)

외교부에 대한 비난 공세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 정부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점을 찍었다.

강 장관은 앞서 25일 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 통화에서 최근 중국 일부 도시의 한국인 입국 금지와 격리 조치에 대해 “과도하다”며 항의를 전달했지만, 왕 부장은 그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한국 각계가 보내준 지지에 거듭 사의를 표하면서도 “각국이 불필요한 국가 간 이동을 줄이는 것이 (코로나) 감염 확산 차단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서면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26일 사설을 통해 “과잉이라는 강 장관 말은 이해할 만하지만, 이것은 외교적 문제가 아니라 전염병 예방”이라고 주장해 적반하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상황은 악화됐다.

특히 야당과 보수진영, 일부 감염병 전문가들이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정부는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우호적으로 일관했지만, 되려 중국에게 입국제한 조치를 당하는 등 사실상 중국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어서 정부에 대한 실망마저 커져가는 양상이다.

물론 외교부도 주중대사, 차관보 등 각급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에 항의, 설득에 나섰으나 마땅한 대응책 마련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같은 비판과 달리 ‘일부 언론이 관련 사안을 굉징히 악의적으로 왜곡해 보도함으로써 정부를 힘들게 하고 한중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중국통인 우수근 중국 산동대학교 객좌교수는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관련 질문에 “중국의 웨이하이 등 일부 지방공항에서 한국인 격리 조치를 취하는 것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인, 심지어는 중국인들에게도 해당되는 공통 조치”라고 답변했다.

이어 “한국발을 비롯해 일본발 항공편에도 적용된다”며 “한일 양국에서 당해 공항에 도착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 교수는 “그럼에도 ‘한국인 격리’ 운운하는 것은 ‘그럼 한국인만 예외적으로 격리조치를 하지 말라는 거냐’는 비난을 자초하는 셈”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우리 정부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는 지적엔 “정말 말도 안 된다. 중국은 우리보다 위생이나 의료 수준 등이 한참 떨어진다. 왜 열등비교를 하냐”고 반문하며 “상하이 등 대도시는 그나마 났지만 그 외 지역은 바이러스가 들어오게 되면 일파만파 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때문에 지방 정부가 입국을 제한하면서 엄정하게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수근 중국 동화대학교 교수 제공] ⓒ천지일보 2020.2.28
싱하이밍 주한 대사. [우수근 중국 동화대학교 교수 제공] ⓒ천지일보 20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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