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신천지예수교회 교인을 찾으려는 전라북도청 문자메시지(오른쪽)와 신천지 교인 세대를 낙인 찍는 한 아파트 알림장. ⓒ천지일보 2020.2.28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신천지예수교회 교인을 찾으려는 전라북도청 문자메시지(오른쪽)와 신천지 교인 세대를 낙인 찍는 한 아파트 알림장. ⓒ천지일보 2020.2.28

김병진 변호사 “자진신고, 소속기관엔 비공개로 진행해야”

“죄인시하는 행위 멈춰야 이들이 더 당국에 협조적일 것”

 

“자신신고의 위헌성·위험성 정부 및 여·야 전혀 인식 못해”

전라북도, 도청 차원 공식 문자 “신천지교인정보 알려달라”

 

아파트 알림장, 특정세대 언급하며 ‘신천지 교인’ 낙인찍어

‘그집이 확진인지 아닌지는 확인 되진 않았다’ 황당 문구도

신천지교인 “다들 부정적인 선입견… 시선 견디기 힘들어”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부기관·지자체·일반회사 등에서 신천지예수교회(신천지) 신도 여부에 대한 자진신고를 진행하고 있으나, 이는 헌법에 명시한 ‘종교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가 대구신문에 게재한 칼럼을 보면 그는 “코로나19 확장 사태로 인해 당국이 최상위 대책을 쏟아 내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가 소속 공무원을 상대로 본인과 가족의 신천지 신도 여부를 자진신고토록 지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변호사는 “질병 확산 방지의 시급하고도 효과적인 필요성으로 이와 같은 조치를 하는 것이 일면 이해가 된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우리 헌법이 인정하는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이다.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최상위 기본권으로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의 자유의 내용에는 ‘소극적 신앙고백의 자유(신앙을 외부에 표시하는 것을 강제받지 않을 자유)’가 포함되고, 국가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개인에게 어떤 종교를 믿는지 강제로 표시하도록 할 권리는 없다며 “강제를 가장한 자진신고 유도 자체도 종교의 자유 내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돼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법무부 추미애 장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의 특권 없는 공정한 사회를 위한 ‘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 추진계획’ 발표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1.3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법무부 추미애 장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의 특권 없는 공정한 사회를 위한 ‘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 추진계획’ 발표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1.31

◆“법무부가 종교의 자유 침해해 ‘충격’”

김 변호사는 “법무부에서는 ‘자진’의 형식을 빌려 공무원이 신천지교인임을 스스로 밝히도록 하고 여기서 더 나아가 그 가족들 중에도 신천지교인이 있는지를 밝히도록 유도하도록 한다니 이는 ‘자신신고’를 가장한 명백한 소극적 종교의 자유 침해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구보다도 더 법을 준수해야 할 법무부가 헌법상 최상위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 침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점에서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신천지 교인일 경우 코로나19 전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자진신고는 소속기관인 법무부가 알 수 없도록 제3의 기관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질병확산 방지를 위한 휴직 시에도 해당자가 신천지 교인인 사실을 근무 기관장 이하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도록 배려할 것 등 세심한 배려가 이뤄지는 가운데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지적한 ‘자신신고를 가장한 종교의 자유 침해행위’는 법무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일반회사·병원, 심지어 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전라북도청에서 도민에게 발송한 문자메시지.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0.2.28
전라북도청에서 도민에게 발송한 문자메시지.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0.2.28

◆아파트관리인도 “신천지 여부 알려달라”

대구지역에서 회사를 다니는 신천지 교인 A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회사 차원에서 신천지 교인을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나서서 코로나 감염증상 여부를 일일이 파악하고 있는데 왜 회사에서 직접 파악하려고 하는지 답답하다”며 “신천지 교인이라고 하면 다들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보는데 그런 시선을 견디며 회사를 다니긴 힘들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전라북도의 경우 도청 차원에서 도민에게 공식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신천지 교인을 알고 있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알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모대학병원에서는 “신천지 종교활동 이력이 있는 사람은 각 부서장에게 보고하라”며 “추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선 본인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코로나 관련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며 “혹시 입주민 여러분 중에 외국인 거주자, 대구 경북지역 방문자, 해외 방문자, 신천지 활동을 하고 계신 주민은 관리사무소나 경비실로 알려달라”고 방송했다.

또 다른 아파트에서는 공개적으로 특정 세대를 언급하며 ‘신천지교회에 다니는 교인들’이라며 주의를 당부하는 알림장이 붙기도 했다. 심지어 해당 알림장 마지막에는 ‘그집이 확진인지 아닌지는 확인이 되지는 않았습니다’라는 황당한 문구도 적혀 있었다.

세대주가 신천지교인임을 알리는 한 아파트의 알림장.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0.2.28
세대주가 신천지교인임을 알리는 한 아파트의 알림장.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0.2.28

◆“남의 권리 보호돼야 나의 권리도 보호돼”

김 변호사는 “자신신고 방식의 위헌성과 위험성을 정부 및 여·야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 점을 지적하는 언론이 하나도 없다니 나라 전체가 미쳐버린 것 같다. 정부, 지자체, 언론 전체가 나서서 신천지교인을 죄인시하는 행위를 멈춰야 이들이 더 당국에 협조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대구시 코로나19 담당 공무원이 신천지교인임을 밝히지 않고 근무하다가 확진 판정을 받아 많은 비난을 받은 사례도 거론했다.

김 변호사는 “만일 방역 당국이 신천지교인임을 밝히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 내지 개인정보가 해당 행정기관에 절대 보고되지 않는 비밀성이 유지되는 방식으로 ‘확진가능성이 높은 공무원 신고 절차’를 운영했다면 그 공무원이 ‘나도 코로나19 감염성이 높은 고위험군이다’ 또는 ‘나는 신천지교인이다’라고 스스로 밝혔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진신고를 가장한 강제적인 신고의무 부과는 사실상 ‘십자가 밟기’의 준하는 국가 강제력의 행사”라고 꼬집었다.

십자가 밟기는 일본의 기독교 탄압사에 등장한 것이다. 과거 일본에선 십자가를 밟지 못하는 사람을 기독교인으로 판단해 혹독한 방식으로 처형하며 종교를 탄압한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28만명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헌법 교과서에나 나오는 한가한 이야기는 집어치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남의 소중한 권리가 보호돼야 나의 소중한 권리도 보호될 수 있다”며 “‘이만* 나쁜 *’이라고 시켜서 말 못하는 사람은 신천지교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나에게는 의미가 없지만 남에게는 소중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 대상을 함부로 희화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시몬지파 서대문교회에서 방역 작업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소재 신천지교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0.2.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시몬지파 서대문교회에서 방역 작업 관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소재 신천지교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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