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우리는 늘 무언가를 기다리면서 산다. 물론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필자는 봄을 기다리는 중이다. 봄은 저절로 올 텐데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기다리던 봄과 기다리지 않던 봄은 완전히 다르다.

언제 봄이 올 것인가 기다리는 필자에게는 다양한 봄의 전령들이 보인다. 젊은 여성의 얇아진 옷이라든지, 땅에 닿자마자 녹아버리는 눈이라든지, SNS를 통해서 보는 꽃들도 봄이 가까이 왔음을 알려주는 봄의 전령들이다.

당연히 오는 것일지라도 이렇게 간절히 기다리는 필자에게 봄은 고맙고, 환희롭고, 행복으로 다가온다. 어떤 이들에게 봄은 그저 의미없이 지나쳐가는 시간에 불과하다.

가끔 농부들에게 미안할 때가 있다. 가뭄이 왔을 때조차도 도시에서는 그다지 비를 기다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농부들에게 비는 얼마나 간절할까? 그러니 비가 왔을 때에 느끼는 감정은 천지차이일 수 있다.

행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기다림에 있을 수 있다. 기다릴게 많은 사람들은 그만큼 더 많이 행복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뭔가를 늘 기다린다. 사람을 기다리고, 책을 기다리고, 어떤 상황을 기다린다. 그리고 가끔은 그것을 나름의 기도형식으로 만들어 바치기도 한다.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인가를 인식하고, 바라고, 기도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이뤄질 것 같은 느낌이 행복을 선물한다.

나이가 들면서 두려운 것은 많은 것들이 무의미하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봄도 당연하게 오고, 누군가 베풀어주는 친절도 당연해지고, 가끔 보게 되는 지인들과의 만남도 당연해지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배우는 점은 많은 날 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날들을 기다리는 것이다.

가끔 상담 오는 커플들에게 사귄지 얼마나 되었는지를 물으면 망설임 없이 말한다. 그렇게 정확히 사귄 날수를 말하는 사람들은 분명 하루하루를 설레임으로 기다리고 또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보낼 것이다. 또한 50일, 100일, 1년, 500일 등의 기념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니 나날이 행복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본인의 태도만 있다. 기다림 끝의 맛있는 음식, 달콤한 숙면, 무사고 운전, 크게 문제없는 건강 등도 우리가 행복한 이유이다. 맛있는 솥밥을 먹기 위해서도 15분 이상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기다리면서 ‘시장이 반찬이다’며 맛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그것보다 기다림이 밥맛을 더 좋게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닐까?

얼마 전에 팔이 아픈 적이 있는데 약을 먹고, 운동을 하고, 간절한 기다림 끝에 얻게 된 건강은 세상에 비할 데 없는 행복함을 가져다주었다.

기다림 끝에 올 수 있는 행복을 미리 음미하면서 기다리는 연습, 그것이 인생을 더욱 멋지고 맛나게 그리고 풍부하게 느끼게 해준다.

이렇게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행복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당연하게 느낄 때에 우리는 비로소 늙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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