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날인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故 문중원 열사,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 합동차례’에서 문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가 오열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날인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故 문중원 열사,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 합동차례’에서 문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가 오열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5

서울시·종로구, 27일 분향소 철거

“코로나19 확산 따른 조치” 설명

민변 노동위 등 노동법률단체

“분향소 철거 위법 여지 있다”

“문 기수 죽음, 정부가 책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노농위원회 등 노동법률단체들이 서울시·종로구가 고(故) 문중원 기수의 분향소를 철거한 것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고인의 죽음은 문재인 정부 책임이라고 규탄했다.

민변 노동위를 비롯한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등 노동법률단체들은 27일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부는 이날 문중원 기수의 아내와 아버지를 비롯한 유가족들을 짓밟고 문 기수의 분향소마저 철거했다”며 강력 항의했다.

앞서 서울시와 종로구는 이날 광화문 세종대로에 주변에 있던 시민단체들의 농성장 천막을 전격 철거했다.

고 문중원 기수 천막 철거 대치(서울=연합뉴스) 27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설치된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 천막 농성장 철거를 두고 종로구청과 시민대책위가 대치하고 있다.
고 문중원 기수 천막 철거 대치(서울=연합뉴스) 27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설치된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 천막 농성장 철거를 두고 종로구청과 시민대책위가 대치하고 있다.

서울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서울시 도심 집회가 금지된 가운데 그간 대화를 통한 자진철거를 위해 노력을 했지만, 장기 불법 점거에 따라 시민의 안전과 법질서 확립을 위해 불가피하게 행정대집행을 하게 됐다”고 철거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노동법률단체들은 오히려 분향소 철거가 위법의 여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분향소 철거는 분향소가 설치돼 있었던 기간이 두 달에 불과해 장기라고 볼 수 없는 점, 분향소에 적치된 물건들은 대부분 고인 추모 및 문화제 개최와 관련된 물건으로 기거나 숙식 등을 위한 물건이 아닌 점, 분향소가 설치된 곳이 다른 인도에 비해 유동인구가 적은 점 등에 비춰 최근의 코로나 감염병 상황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도 않는다”며 위법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법률단체에 따르면 문 기수는 한국마사회의 조교사들의 부당지시, 조교사 개업 심사(마사 대부) 비리 등을 폭로한 유서를 작성하고 지난 해 11월 2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문 기수의 사망에 대한 한국마사회의 사과와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대책위가 지난해 12월 27일 출범했고, 시민대책위는 이달 5일 전·현직 기수와 말관리사를 인터뷰하고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윤준호 의원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고 문 기수 사망의 진상규명을 위한 마사회의 구조와 노동실태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시민대책위는 조사보고서를 통해 ▲기수들 생계(임금)의 불안정성 ▲기수들의 높은 재해율(2018년 기준 72.7%) ▲기수들에 대한 인권 침해 ▲한국마사회에 집중된 권한(기수 면허, 수입, 징계)과 영향력 등을 밝혔다. 또 열악한 기수들의 노동조건,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마사회 뿐만 아니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법률단체들은 그러나 “한국마사회와 문재인 정부는 시민대책위가 심혈을 기울여 조사한 고 문 기수 사망의 진상에 관해 더 적극적으로 찾아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부인하기 급급하다”며 “한 술 더 떠 고용노동부는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의 기수 노동자들이 한 달 전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한 노동조합설립신고에 대하여 신고필증을 교부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날인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故 문중원 열사,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 합동차례’에서 문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가 차례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날인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故 문중원 열사,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 합동차례’에서 문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가 차례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5

이러한 과정에서 이날의 분향소 철거까지 이어지자 문 기수를 기리는 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노동 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어디에 있는가”라며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뒤에 숨어 유가족의 통곡을 무시한 채 분향소를 철거할 것이 아니라 문 기수의 사망에 관한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징계하며, 재발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 노동법률단체는 문 기수가 사망한 지 100일이 돼가는 이때, 분향소 철거를 강력히 규탄하며 다시 한 번 문재인 정부가 해결에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분향소 철거에 항의하며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선거사무소에서 농성을 벌였다.

노조는 “이낙연 예비후보는 2017년 부산경남경마공원 박경근·이현중 열사 투쟁 당시 다시는 한국마사회에 이런 죽음이 일어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이 전 총리가 약속을 지켜 이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날인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위치한 고 문중원 기수 분향소 앞에서 열린 ‘마사회는 언제까지 책임을 부인할 셈인가?-문중원 열사 설 전 해결 무산과 설 이후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설날인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위치한 고 문중원 기수 분향소 앞에서 열린 ‘마사회는 언제까지 책임을 부인할 셈인가?-문중원 열사 설 전 해결 무산과 설 이후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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