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안한 이익공유제의 실현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방안의 하나로 제시된 이익공유제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 제도를 두고 ‘급진좌파적인 발상’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 홍준표, 이익공유제 실효성에 의문 제기

정 위원장이 주장하고 있는 이익공유제란 기업이 연초에 계획한 것보다 많은 이익이 발생할 경우 그 초과된 이익을 협력사와 나누는 제도를 말한다. 이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홍 최고위원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느 대기업에서 연초의 이익설정을 적정하게 하겠는가”라고 말하고 “그 제도가 강제성을 띤 것도 아니고 임의적으로 하자는 주장을 했는데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이야기냐”며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이에 앞서 2일 정 위원장은 이익공유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애플사와 도요타 등 외국의 유명 회사를 초과 이익공유제의 실례로 제시했다. 하지만 홍 최고위원은 애플의 경우 플랫폼 개설 대가로 이익의 30%를 가져가는 형태이므로 초과 이익공유제와는 무관하고, 도요타의 사례도 이익공유제가 아닌 성과공유제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홍 최고위원은 “이 성과공유제는 대한민국에도 2005년도에 시작돼 지금 대기업 93개사에서 시행하고 있다”며 “성과공유제는 구분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그는 한나라당 서민특위에서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보호 방안인 납품단가 조정신청권 및 협의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두 가지 제도만 채택되더라도 중소기업에 큰 혜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관련 부서도 이익공유제에는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3일 “이익공유제가 동반성장에 부합된다고 해도 절차와 방식을 따져야 한다”고 말해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이익공유제, 공정거래 틀 망가뜨릴 수 있어… 불공정거래 관행 해소가 먼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익공유제가 오히려 공정거래의 틀을 망가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업호민관을 지냈던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3일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재 제일 시급한 순서는 불공정거래를 바로 잡는 것인데, 불공정거래를 바로 잡지 않은 상태에서 이익공유를 향해 나가는 것은 오히려 전반적인 문제를 오도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불공정거래 관행을 해소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결과에 대한 분배가 이익공유제라면 성과를 이루는 과정에서의 기여도를 평가하고 보상하는 것은 성과공유제에 해당한다. 특히 성과공유제의 경우 성과를 이룬 혁신의 주체(중소기업)가 명확하지만 이익공유제는 이익에 대한 기여도를 측정하는 평가지수를 일원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성과공유제는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이익공유제는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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