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신공항 백지화론, 원점 재검토론이 나오면서부터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가덕도와 밀양 중 어디로 할 것이냐는 기존 선택 카드 외에 신공항 백지화를 전제로 한 김해공항 확충론과 원점 재검토 등의 카드가 추가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 ‘원점 재검토’ ‘신공항 건설 백지화’ 대두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지난 2일 중진연석회의에서 “3월이 되면 타당성조사 결과가 나온다”며 “타당성조사 결과가 나와서 어디가 좋다, 타당성이 있다 없다 이런 것도 나올 것이고 또 어디는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해 경우에 따라서는 신공항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도 “타당성 조사결과에서 (밀양과 가덕도 중) 어느 한 곳이 타당하다고 결론이 나오면 그쪽으로 가면 되는 것이고 두 곳 다 타당성이 없다고 한다면 양쪽 다 못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신공항 건설을 아예 폐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 놨다.

이에 앞서 1일 정두언 최고위원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밀양과 가덕도 양쪽 다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용역결과에 나온 데다 KTX의 개통으로 김해공항 이용률이 뚝 떨어졌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주장했다. 특히 그는 “(부산과 대구·경북·경남·울산) 양쪽 지역감정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꼭 절실하게 필요하지도 않은데 일을 그렇게 해서 국론을 분열시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신공항 문제로 지역감정이 악화될 경우 당에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신공항이 밀양과 가덕도 어느 쪽으로 가든 한나라당으로서는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도 3일 “대구·경북 지역과 부산 지역이 감정싸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어느 특정 지역으로 결정이 되면 나머지 지역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남부권 공항 반드시 필요”… 조속한 입지선정 촉구

한나라당 내부로부터 신공항 건설의 원점 재검토를 시사하는 발언이 연이어 나오자 그동안 신공항 입지를 놓고 유치전을 벌이던 의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신공항 건설이 아예 백지화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힌 해당지역의 의원들은 정부와 당 지도부를 상대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조속한 입지선정을 촉구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의 박종근(한나라당) 의원은 2일 “이 문제(신공항 건설)를 더 미루면 지역갈등만 더 심화하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며 신공항 건설 유보론을 반박했다.

또한 김해공항 확충 시 신공항 건설이 필요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영남권에 우리나라 국제항공 물량의 40%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인천까지 가져가서 처리하는 데 연간 약 6000억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앞으로 20년 동안 한국의 항공 물량을 인천공항 하나에 집결시키는 정책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하면서 남부권 공항 신설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경남 사천의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3일 “이미 결정했으면 될 문제를 정부와 여당이 질질 끌다가 지자체와 국민들 간의 첨예한 갈등만 부추겼다”며 한나라당의 신공항 백지화론과 원점 재검토론을 비판했다. 대구 동구의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도 동남권 신공항 원점 재검토론에 대해 “이런 망언이 어떤 동기에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의 경제논리와 정치논리는 오류투성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2일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에서 조해진(경남 밀양) 의원은 “신공항은 객관적 원칙과 기준에 따라 3월 내에 반드시 입지 선정을 완료해야 한다”며 “동남권 주민 1300만 명 중 1000만 명 이상이 밀양 신공항을 요구하고 호남 주민까지 이를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엄밀하게 말하면 후보지 경쟁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논쟁이 가열될 조짐을 보이자 한나라당 지도부는 신공항 관련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부산과 대구·경북·경남·울산 등 이해관계가 얽힌 지역의 의원들이 불만을 계속 토해내고 있어 당내 갈등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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