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대구=송해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18일 이 환자가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는 대구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옆에 선별진료소가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 2020.2.1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다. 대구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옆에 선별진료소가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DB

대구시민, 미열에서 폐렴으로까지 병 심해져 靑 청원

“보건소, 신천지와 해외여행지 아니니 자가격리하라”

“응급환자인데 사망에 이른 뒤 양성 반응 나오면

저의 인생과 우리가족의 생명은 누가 지켜주냐”

“신천지교인과 교류 없고 해외서 옮긴 것도 아니다

이건 국가가 방역 잘못해서 일어난 ‘인재’ 아닌가”

“대구는 ‘지옥’… 코로나 검사비 17만5천원 본인부담”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지금 대구 모든 진료소는 신천지와 관련 있는 사람만 먼저 무료로 검사해줍니다. 선별진료소에 가도 신천지와 관련이 없으면 본인부담으로 17만 5000원을 부담하고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저는 보건소에서 알려준 매뉴얼대로 (자가격리하며) 5일을 행동하다 이 지경(폐렴)까지 왔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도움을 청합니다.”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가운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대구에서는 의료 인력과 시설 부족, 그로 인한 잠정적 확진자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자가격리 조치 등 총체적인 난국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코로나19 검사 대상이 신천지 교인과 중국 방문자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확진자 또한 주된 검사 대상자인 이들에게 몰려서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구 시민입니다 지금 너무나 분하고 슬프고 아픔니다’라는 제목을 청원이 올라왔다.

사전 동의 100명 이상이 돼 관리자가 검토중인 해당 청원의 글쓴이는 자신의 건강이 단순히 미열에서 폐렴으로까지 심각해진 과정을 현 대구의 상황과 더불어 설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구 시민입니다 지금 너무나 분하고 슬프고 아픔니다’라는 제목의 글.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천지일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구 시민입니다 지금 너무나 분하고 슬프고 아픔니다’라는 제목의 글.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천지일보

◆폐렴 확진에도 입원 못해, 자녀 있는 집으로 귀가

대구시민이라는 그는 “오늘(26일) 코로나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폐렴 확정을 받은 46세 남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폐렴 확진을 받고도 입원을 할 수 없는 상태다. 빠르면 내일 검사결과가 나와야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고 해서 4세 쌍둥이, 6세 큰딸, 와이프 있는 집으로 후송됐다”고 밝혔다.

청원글에 따르면 그는 최근 2주간 인근 마트를 제외하고는 집에서 애들과 함께 지냈다. 그러다가 지난주 19일부터 기침과 미열이 있었고, 21일 남구보건소에 전화 걸어 상황을 얘기했다.

그러나 보건소에서는 “신천지(교인)와 해외여행지가 아니니 집에서 자가격리해서 있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했고, 그는 보건소 매뉴얼대로 집에서 감기약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24일 37.5도로 미열이 계속됐고, 다시 남구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다. 보건소에서는 “38도가 넘어야 선별치료소에 갈 수 있다. 오히려 선별치료소에 가면 2차 감염이 더 문제라 집에서 자가격리 치료를 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했다. 할 수 없이 그는 동네 내과에 가서 감기몸살 주사를 맞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혹시나 싶어 인터넷으로 대구 지역 선별치료소를 검색해 전화를 해 봤지만 5군데 다 통화중이었다. 질병관리국과도 통화가 되질 않았다고 했다. 집에서 약을 먹고 격리 치료를 하던 그는 지난 25일 저녁부터 열이 38도로 올랐고, 26일 아침에 열이 39도가 올라서 선별 진료소를 가려고 준비하다 갑자기 쓰러졌다.

[천지일보 청도=송해인 기자] 청도 대남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명 발생한 가운데 20일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2.20
청도 대남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명 발생한 가운데 20일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DB

◆청원인 “응급치료 해달라”, 병원 “방법없다”

결국 그는 119 구급차를 타고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 도착해 검사를 받았다. 호흡이 힘들다고 했고, 이어 폐 사진을 찍었는데 왼쪽폐가 폐렴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는 “(진료소에서) ‘코로나19는 최대한 빨리 검사해도 내일 돼야 한다’면서 집에 가서 기다리라고 하기에 ‘지금 호흡도 힘들고 제가 당뇨와 혈압이 있다. 응급치료를 해달라’고 하니 ‘열이 있어서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없다. 방법이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너무나 황당해서 다시 남구 보건소에 전화를 해 “지금 폐렴소견이 나왔고 당뇨와 혈압이 있다. 코로나19는 지병이 있는 환자에게는 치사률이 높다고 알고 있다”고 보건소 직원에게 항의를 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아픈 것은 본인 잘못이 아닌가요?”라는 말이었고, 화가 난 그는 “내가 신천지 교인과 교류도 없고 해외에서 옮긴 것도 아닌데 이건 국가가 방역이 잘못돼서 일어난 인재 아닌가”라면서 다시 항의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제가 지역감염으로 인한 피해자고, 응급환자인데 혹 제가 지금 호흡이 안 돼서 사망에 이르게 되고 뒤에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오면 저의 인생과 우리가족의 생명은 누가 지켜주냐”고 울면서 말했다. 이에 보건소 직원도 울면서 “미안하다. 최대한 빨리 응급조치를 취해 볼 테니까 집에서 혼자 방에 격리해서 기다리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그는 “대구의료원에서 다시 응급차를 타고 집으로 귀가했다”며 “혹시나 제가 잘못되면 분명 이건 국가가 시민을 죽음에 이르게 했으니까 미리 국민여러분께 도움을 요청하는 바다”라고 청원글의 이유를 설명했다.

◆ “검사비 17만 5천원, 돈 없는 노인들 발걸음 돌려”

청원인은 대구의 현 상황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금 대구는 정말 지옥”이라며 “선별진료소에 가도 신천지와 관련이 없으면 본인부담으로 17만 5000원을 부담하고 검사를 받아야하고 양성이 나오면 급여로 바꿔서 환불해준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돈 없는 노인들은 진료비 17만 5000원을 내라고 하니 거의 대다수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했다”며 “저도 17만 5000원을 내고 (검사 받았고) 폐렴진단이 나오니 환불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지금 대구 모든 진료소는 신천지와 관련 있는 사람만 먼저 무료로 검사해주고 일반 2차 감염 의심환자들은 집에 자가격리 하라고 한다”며 “저는 보건소에서 알려준 매뉴얼대로 5일을 행동하다 이 지경(폐렴)까지 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가) 대구 특별재난지역이라고 선포해놓고 아무런 조치도 (안 하고) 마스크하나 못 사는 이런 상태에서 대구 지역주민들은 정말 힘들게 버티고 있다는 걸 부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도움을 청한다”고 호소했다.

대구시청 전경. ⓒ천지일보 2020.2.18
대구시청 전경. ⓒ천지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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