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블록체인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자입찰 평가 공시 ‘무시’
당일 바로 1순위 업체 선정
평가위원 SNS에 보안 어겨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서울시가 작년 10월 실시한 서울블록체인지원센터 운영 용역입찰이 부실한 점들이 곳곳에 나타나 애초부터 대상기업이 선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블록체인 창업 거점공간 조성계획에 따라 공고번호(제2019-2676호)에 따라 작년 10월 11일 입찰접수를 마감하고, 16일 7명의 평가위원이 참여해 요약제안서 평가를 실시했다. 해당 용역은 블록체인 도시 서울 추진계획(서울특별시장 방침 제180호)에 따라 실시한 용역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공개입찰에 참가했던 A업체는 평가위원들의 심사 과정부터 결과가 공정하지 않게 진행됐다며 사전에 기업이 내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취재 결과 실제 석연치 않은 점들이 나타났다.

우선 의혹이 불거지게 된 것은 평가에 참가했던 한 위원이 당일 자신의 SNS에 업체가 선정됐다고 올리면서다. 해당 위원은 자신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하고 온다면서 “사명감과 높은 사업역량, 훌륭한 사업네트워크, 블록체인업계 거장들을 보유한 업체가 선정됐으니 국내 미약한 블록체인 생태계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주길 기대해본다”는 글을 남긴 것이다.

이 사업입찰 평가는 정성적 평가(70점), 정량적 평가(20점), 입찰가격 평가(10점)로 이뤄졌다. 이 평가가 당일에 모두 이뤄져 업체 선정까지 바로 완료했다는 얘기다. 곧 정량적 평가를 서울시가 접수를 마감한 지 닷새 만에 다 마친 후 당일 정성적 평가와 입찰가격 평가까지 모두 완료했다는 것.

A업체는 이 SNS를 확인하고 서울시 담당과인 창업투자과에 의혹을 제기하자 해당 SNS는 바로 삭제 처리됐다. 그리고 서울시는 일주일 후에 업체별로 평가결과를 이메일로 알리고 공시했다.

A업체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심사위원은 블라인드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자신의 평가내용만 건네고 돌아가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각 평가위원은 다른 위원의 점수를 알 수가 없으며 발표 전에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입찰의 공정성이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 입찰심사는 평가위원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당일 하루 만에 업체가 선정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만약 평가위원들에게 점수를 다 공개하고 바로 선정했다면 발표를 그 다음 날에 해도 되는데 무엇 때문에 왜 일주일 후에 결과를 알렸는지 의도를 알 수 없다. 또한 떳떳하다면 SNS는 왜 바로 삭제했는지도 의문이다”고 의혹을 던졌다.

중소벤처업계 관계자도 “블록체인의 경우 암호화폐 등 자칫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분야일 수도 있는데, 짧은 기간 혹은 당일 평가를 다 완료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창업투자과 담당자는 “블라인드로 평가를 했으나, 평가위원들이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기존평가자료까지 다 확인하고 서명하는 등 당일 그 안에서 다 이뤄진다. 서울시가 그간 많은 입찰평가를 해왔기 때문에 정량적 평가는 닷새 동안에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중요한 것은 평가위원들에게 어떤 일이든 미리 발설을 해선 안된다는 보안각서를 다 쓰게 했는데, 해당 위원이 선정업체만 밝히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을 한 것 같고, 문제 소지가 있을 것 같아 바로 삭제 지시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과를 바로 공시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선정된 1순위 업체에 대해서만 곧바로 과업을 수행하도록 결과를 즉시 통보했고, 나머지 업체에 대해서는 의혹을 제기한 업체 때문에 문제가 있는지 판단할 시간이 필요해 보류하느라 일주일 후에 공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점은 1순위 업체에 대해서는 보류시키지 않고, 나머지 업체에 대해서만 잠시 통보를 보류했다는 얘기다. 1순위 업체만 결과통보를 보류시키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바로 운영준비에 들어가야 계획대로 과업수행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시 담당자는 답변했다. 곧 2~4순위 업체들만 문제가 있는지 판단하고 1순위 업체에 대해서는 선정결과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아예 결론을 내린 셈이다.

그 다음으로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은 입찰 제안가격 평가날짜와 전자입찰 곧 G2B(나라장터) 개찰 날짜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공시한 용역입찰공고에는 입찰참가등록 및 가격투찰(전자입찰)과 관련해 ‘G2B(나라장터) 입찰금액과 서울시 투자창업과에 제출하는 가격제안서의 금액은 동일하여야 하며, 만약 불일치하는 경우 전자로 투찰한 입찰가격을 인정합니다. 단 G2B를 통한 전자입찰에 응하지 않은 경우 무료 처리합니다’라고 했다.

서울시 용역입찰공고 ⓒ천지일보 2020.2.26
서울시 용역입찰공고 ⓒ천지일보 2020.2.26

그러나 서울시가 나라장터에서 개찰한 날짜는 10월 30일로 기록돼있다. 서울시는 16일 평가 당일 가격입찰 평가까지 마쳐 곧바로 1순위 업체를 선정했는데, 전자입찰 금액은 14일이나 지나서 확인했다는 얘기가 된다.

서울시가 시에 제출한 제안금액과 나라장터 입찰금액이 일치해야 인정한다고 공고를 통해 설명해놨으나 나라장터 입찰금액이 서울시에 제출한 가격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도 빼먹은 채 당일 바로 1순위 업체를 선정하는 오류를 스스로 범한 것이다.

만약 1순위로 선정된 업체가 G2B 전자입찰 금액이 일치하지 않았다면 이미 평가결과가 다 나온 상황에서 점수를 정정해야 했거나 혹은 전자입찰에 응하지 않았다면 서울시의 과제수행 지시를 전면 무효화해야 하는 무책임한 결과도 나올 뻔한 상황이었다. 과연 서울시의 단순 실수였을까. 실수였다면 행정처리 미숙으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심사당일 평가를 모두 마치고 평가위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닷새 만에 정량평가를 완료했다면 제대로 됐을지도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A업체 관계자는 “나라장터 개찰 날짜는 서울시가 공고에 따라 입찰금액 크로스 체크를 했어야 했는데 이를 무시 한 채 가격입찰 점수를 매겼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자료다. 이는 곧 서울시가 기업을 이미 내정했거나 그게 아니라면 시 스스로 형편없는 입찰평가를 진행했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담당자는 “평가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일축했다.

서울시는 공고에 ‘직접 제출한 입찰가격과 전자입찰가격이 일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작년 10월 16일에만 입찰가격을 확인하고 1순위 업체를 선정했고, 전자개찰 날짜는 30일로 확인됐다. 이는 곧 전자입찰가는 확인도 안한 채 업체를 선정했다는 얘기가 된다. (출처: 나라장터 국가종합전자조달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 2020.2.26
서울시는 공고에 ‘직접 제출한 입찰가격과 전자입찰가격이 일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작년 10월 16일에만 입찰가격을 확인하고 1순위 업체를 선정했고, 전자개찰 날짜는 10월 30일로 확인됐다. 이는 곧 전자입찰가는 확인도 안한 채 업체를 선정했다는 얘기가 된다. (출처: 나라장터 국가종합전자조달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 20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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