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어릴 때 오락실 앞에서 두더지 게임을 해보면, 처음 올라오는 두더지 머리를 내려친 후 다음 어느 곳에서 튀어 오를지 몰라 바짝 긴장하면서 손에 힘을 주게 된다.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두더지를 따라잡는 속도는 늦어지고 두더지는 제멋대로 여기저기서 머리를 내밀었다가 들어갔다를 반복한다. 이러는 사이에 손목의 힘은 빠지고 게임은 허무하게 끝이 난다. 현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보면 두더지 게임의 복사판이란 생각이 든다.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의 풍선효과로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된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 등 경기 남부지역 집값이 단기간 내 급등했다. 당연히 정부의 19번째 부동산대책은 이들 지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난주 발표된 정부의 2.20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크게 2가지다. 조정대상지역을 신규로 지정하고 조정지역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수원 권선구, 장안구, 영통구 등 3구와 안양시 만안구과 의왕시 등 총 5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이른바 수용성 가운데 수원만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을 뿐 이미 조정대상지역인 용인과 성남 지역은 한 단계 규제 강도가 높은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하지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 해당지역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조정지역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만큼 해당지역 집값 상승세는 꺾이겠지만 규제지역을 피해 수요가 몰리는 또 다른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벌써부터 수용성에 이어 ‘남산광(남양주,산본,광명)’ ‘오동평(오산,동탄,평택)’으로 부동산 가격이 튀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에 휘둘린 정부 정책은 효과는 반감되고 또 다른 풍선효과로 부동산 시장의 내성만 키우면서 정책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부작용만 낳고 있다.

총선 이후 정부가 내놓을 추가 부동산대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3박자가 맞아야 한다. 우선 투기와 실수요가 혼재된 현재 부동산시장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맞는 처방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집값을 기준으로 각종 대출, 세제, 청약 등에서 규제 일변도 정책을 고수해왔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새 집으로 갈아타려는 1주택자들이 선의에 피해를 보거나 청약 가점에서 불리한 신혼부부들은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갭투자를 통한 투기 세력은 차단하되 실수요자들의 매매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숨통을 터줘야 한다. 두번째는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양질의 공공임대 아파트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려야한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치솟았다. 무주택 서민들이 더 이상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무리하게 대출 받아서 추격매수에 나서는 상황은 막아야한다. 특히, 30대가 과도한 대출로 서울 아파트를 매수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내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저금리 기조 속에 시중에 넘쳐나는 1100조원 달하는 유동성은 부동산시장에 시한폭탄과도 같다. 이 유동성을 부동산 이외에 다른 투자 자산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동반되지 않는 한 부동산불패 신화는 좀처럼 깨지기 쉽지 않다. 연 5% 은행 적금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연 4~5%대 펀드 상품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초저금리 속에 절세 상품이 자취를 감춘 현 시점에서 비과세 금융상품을 연령대별로 다양하게 출시함으로써 부동산에 쏠린 유동성을 분산시켜야 한다. 부동산 투기가 아닌 안정된 수익률을 보장하는 다양한 절세 상품을 통해 종잣돈이나 목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들 유동자금이 기술력 있는 혁신 스타트업 기업으로 투자가 이뤄지도록 정부가 매칭시키는 전략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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