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노조 “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자금계획 검증 안 돼”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를 서두르고 있으나 잇따른 걸림돌로 인해 계획된 인수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 하나금융 소액주주 86명이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추가 인수자금 조달을 위한 신주 발행을 무효화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날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하나금융의 신주 상장유예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관련 첫 심리결과 박인섭 판사는 “하루 이틀 새 결정하기가 어렵다”면서 “최대한 빨리 결정하겠지만 주말까지 일해도 내주는 돼야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가 결국 1조 3550억 원 규모의 신주 상장을 이번 주 내에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16일 정례회의에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건을 승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동시에 처리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들 두 사안을 병행 처리하기로 한 것에 대해 외국계 자본에 대한 국민 정서와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 규모가 큰 금융회사의 매각과 직결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쉽게 결론나기 어려운 사안으로 인수 일정이 지연될 경우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막대한 배상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즉 하나금융이 이달 말까지 주식매각대금을 입금하지 못하면 329억 원을, 5월로 넘어갈 경우 658억 원을 론스타에 지연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배상금 부담이 커질수록 당초 인수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게 금융가 안팎의 예상이다.

또한 외환은행 매각 승인의 관건은 금융지주회사법상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해 원만하게 경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격 여부다.

◆하나은행, 외환은행 인수ㆍ경영 자격 논란

이 문제를 두고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 지난 2월 28일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 주최로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외환은행 살리기 촛불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 제공

특히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자금계획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철 외환은행노조위원장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승자의 저주, 어떻게 막을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열린 공청회에서 “하나금융의 자회사 배당을 통한 수입은 연간 2800억 원에 불과하지만 주주 배당이나 회사채 이자, 운영비 등 지출은 2600억 원이 넘는다”며 “따라서 연간 회사채 상환능력은 200억 원이 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 정도로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발행한 회사채 1조 3700억 원을 향후 상환할 여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진용 외환은행노조 정책부장도 “하나금융의 자금 계획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매각을 승인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나라는 대부분 금융위기 이후 위험부담으로 인해 은행의 대형화를 반대하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원전 이야기를 하면서 대형화 하려고 한다”며 “이제까지 은행이 합병돼 잘 된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이는 국가적인 손실”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금융위의 결정 사항이라며 언급하기를 꺼리면서도 뒤늦게 대주주 적격성을 따져 소급 적용하는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환은행 노조는 3일 현재 차기 외환은행장으로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이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 “정부의 지분 인수 승인도 없고 론스타에 대금을 낸 상태도 아닌데 무슨 자격으로 외환은행장 교체를 운운하는가”라며 하나금융을 비판했다.

※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란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투자해 결과적으로 많은 것을 잃는 현상을 뜻한다. 치열한 기업 인수합병(M&A) 경쟁 속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써내고 인수한 기업이 그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흔히 쓰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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