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생각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19.2.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출석하는 모습. ⓒ천지일보 2019.2.14

이 지사, 선거법 위반 재판 중

항소심서 당선무효형 선고

선고기한 넘겨도 대법 ‘잠잠’

“판결 지연 혜택 주장, 모욕”

대법 “합의기일도 아직 미정”

총선 전 선고 가능성 희박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법원 재판을 두고 내가 지사직을 연명하려고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거나 판결 지연으로 혜택을 누린다는 주장은 심히 모욕적”이라며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대법원 선고가 신속히 이뤄지기를 촉구했다. 그러나 실제 대법원 선고는 언제 이뤄질지 미지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사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누릴 권세도 아닌, 책임의 무게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쉬울 뿐, 지사직을 잃고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정치적 사형’은 두렵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해 9월 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인 수원고법 형사2부(임상기 부장판사)는 원심의 허위사실공표 혐의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현행법상 선출직 공무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 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이에 따라 이 지사는 이번 선고형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될 경우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 이 지사의 ‘정치적 사형’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출석하는 모습. ⓒ천지일보 2019.5.16

그러나 이 지사는 ‘경제적 사형’은 무섭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인생의 황혼녘에서 ‘경제적 사형’은 사실 두렵다. 전 재산을 다 내고도, 한 생을 더 살며 벌어도 못다 갚을 엄청난 선거자금 반환채무와 그로 인해 필연적인 신용불량자의 삶이 날 기다린다”고 토로했다.

이 지사는 “1·2심 법원이 모두 인정한 것처럼 형님은 정신질환으로 법에 따른 강제적 진단과 치료가 필요했고, 내 관할 하에 한 보건소의 강제진단 시도와 중단은 직권남용이 아니라 적법한 행정행위였다”며 “오히려 진단과 치료를 중단한 직무유기 때문에 치료기회를 놓친 형님은 증세가 악화되고 더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개인 간 단순고발 사건임에도 30명 가까운 특검 규모 경찰 특별수사팀이 억지사건을 만들고, 무죄증거를 감추고 거짓 조각으로 진실을 조립한 검찰이 나를 사형장으로 끌고 왔다”며 “잠깐의 희망고문을 지나 내 목은 단두대에 올려 졌고, 이제 찰나에 무너질 삶과 죽음의 경계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집행관의 손끝에 달렸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2심 판결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지사는 “‘강제진단 지시사실은 국민이 관심가질 만한 사항’인데 ‘스스로 말하지 않았으니 숨긴 것’이고, ‘숨긴 것은 적극적으로 거짓말 한 것과 마찬가지로 평가되니 허위사실 공표’라는 납득불가 판결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당연히 대법원에 상고했고, 판결이 죄형법정주의, 공표의 사전적 의미조차 벗어났으니 위헌법률심판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분명히 다시 말하지만 재판지연으로 구차하게 공직을 연장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어차피 벗어나야 한다면 오히려 빨리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이 지사는 “나는 여전히 ‘사필귀정’을 그리고 사법부의 양식을 믿는다”며 법원이 무죄 선고를 내려줄 것을 기대했다.

◆대법 “굉장한 무게감 갖고 검토 중”

이 지사가 대법원의 빠른 선고를 요청했지만, 대법원이 총선 전에 이 지사에 대한 선고를 내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공직선거법 270조에 따르면 선거범에 대한 선고는 제1심은 기소된 지 6개월 이내, 제2심과 제3심은 전심 판결의 선고 이후 각각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검찰이 이 지사를 기소했기 때문에 원칙상 지난해 12월 5일까지는 대법원이 결론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법원은 2월이 되도록 이 지사에 대한 선고를 미뤄두고 있다. 항소심이 끝난 직후에도 법원이 선거범 재판기간에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법조계 시각이 우세했는데, 그 예상대로 흘러간 셈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 410개 문서 파일 중 사법부 전산망에 공개하지 않았던 미공개 문건228건을 31일 오후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천지일보DB 2018.7.3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 410개 문서 파일 중 사법부 전산망에 공개하지 않았던 미공개 문건228건을 31일 오후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천지일보DB 2018.7.31

특히 이 지사 같은 경우엔 경기도라는 광역자치단체의 장이면서 동시에 유력 대선주자다. 이로 인해 다른 어떤 이들보다 코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대법원으로서는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일 대법원이 이 지사의 당선무효형을 확정한다면 재·보궐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총선에서 경기도지사 선거가 이뤄지려면 4.15 총선 30일 전인 다음 달 16일까지 대법원에서 결론이 나야 한다.

그렇다고 총선 이후 선고를 해 당선무효를 확정할 경우 내년 재·보궐 선거일인 4월 첫 번째 수요일까지 경기도지사 자리가 비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안정적인 도정을 위해선 대법원이 또 1년을 끌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이 지사가 무죄 판결을 받아든다면 도지사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어 도정 공백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률심’이다. 유·무죄 사실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원심이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를 봐야하는 곳이 대법원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낼 경우 파기환송심이 열려야 한다. 대법원이 선고를 미루는 만큼 도지사가 재판 받는 상황은 계속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관계자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합의기일 조차 진행되지 않았다”며 총선 전 선고 가능성을 작게 봤다.

신속한 선고를 위한 강행 규정에 대해선 “시한을 넘겨 선고가 이뤄져도 판결의 효력엔 문제가 없다는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다”며 “이 사건은 기록도 방대하고 (정치적 영향을 고려할 때) 굉장히 무거운 사건이다. 그 무게감을 갖고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 지사 측이 제기한 위헌심판 제청 신청과 관련해선 “위헌심판 제청 결론은 99% 본안과 같이 선고 된다”며 본안인 이 지사 상고심 결론이 나야 위헌심판 제청 여부도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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