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지난달 26일부터 ‘중국 전역 입국 금지’ 정부에 권고
30일 대국민 담화 “감염병 관리 핵심은 해외유입환자 차단”
지난 3일 의협 “‘골든타임’ 놓치면 국민 생명 잃을 수도” 경고
보건복지부 “입국 금지, 합리적 대책 아니다” 경고·권고 무시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지난 18일 31번 확진자가 나오고부터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으로부터의 감염원을 제때 막지 못한 정부가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전역 입국 금지’ 촉구 목소리는 일반도 아닌 의료계에서 먼저 나왔다. 31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던 지난 18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6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는) 중국 전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 조치를 다시 한 번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협의 중국 전역 입국 금지 권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의협은 지난 1월 26일부터 중국 전역을 상대로 입국을 전면 금지할 것을 정부에 권고해왔다.
의협은 26일 긴급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최악의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전면적인 입국 금지 조치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위한 행정적 준비를 당부한다”면서 “복지부와 외교부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면 중국 정부와 상의해 달라.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준비해 달라”고까지 했다.
이로부터 4일이 흐른 같은 달 30일 의협은 2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감염병 관리의 핵심은 해외 유입 환자의 차단을 위한 검역관리”라며 “효과적인 검역관리를 위해서는 중국발 국내 입국 항공편의 단계적 제한 및 중단 조치와 같은 적극적 대책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의협의 권고를 듣지 않았다. 의협은 다시 이달 1일 3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해외 유입 신규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국가로부터의 입국 제한 또는 중단과 검역을 강화할 것을 권고한다”며 “과하다 싶게 빠르고 강력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 “방역 첫 번째 원칙 ‘유입차단’” 재차 강조
이어 의협은 지난 3일 4차 대국민 담화에서도 “중국을 비롯한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은 매우 심각한 상태”라며 “후베이성 입국 금지 조치만으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에 여전히 부족하다. 후베이성으로 국한된 위험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염병 방역 관리의 첫 번째 중요한 원칙은 ‘유입차단’”이라며 “방역 외적인 요인을 고려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경우 우리 국민의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지난 5일 자유한국당과의 간담회에서도 의협은 “감염병 사태의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가 해외 감염원에 대한 차단”이라고 했고, 지난 6일 안철수 전 대표와의 간담회에서도 “해외 감염원 유입을 차단하는 정책 없이는 효과적인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어렵다”고 했다.
의협은 지난 18일 6차 대국민 담화에서도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은 외교·경제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면서도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하는 의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기준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이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입국 제한의 ‘마지막 기회’”라고 밝혔다.
◆“국민 생명 잃을 수 있다” 우려가 현실로
의료계의 이 같은 끊임없는 권고에도 정부는 경고와 권고를 무시하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입국 금지는 합리적 대책이 아니다”라며 “경제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경우 우리 국민의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의협의 경고는 현실로 나타났다. 게다가 첫 사망자는 31번 환자와는 관련성이 없는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나왔다. 20년 넘게 입원해 있었던 1번째 사망자(63, 남)는 폐렴 증세로 숨졌는데 사후 검사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 21일 2번째 사망자(55, 여)에 이어 같은 날 3번째 사망자(41, 남)가 발생했고, 청도 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 환자가 코로나19로 폐렴이 악화하면서 숨져 4번째 사망자가 됐다. 5·6번째 사망자 발생에 이어 24일 오전 9시 기준 또 한명의 사망자가 나오면서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7명으로 늘었다.
◆중국인 유학생 ‘1만 9000명’ 대거 입국 예정
더 큰 문제는 “감염병 방역 관리의 첫 번째 중요한 원칙은 ‘유입차단’”이라는 의협의 권고가 무색하게 코로나19의 발생 국가인 중국에서 입국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주부터는 1만 9000여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예정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 코로나19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회의 이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전국 모든 대학을 전수조사한 결과 중국 유학생 7만여명 중 아직 입국하지 않은 유학생은 3만 8000여명”이라며 “1만 9000여명은 아직 입국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고, 나머지 1만 9000여명은 금주부터 3월말까지 한 달여에 걸쳐서 입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