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스케치] 남궁현자의 빈집
[건축스케치] 남궁현자의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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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2020.2.23
ⓒ천지일보 2020.2.23

김동희 건축가

스케치는 항상 재미있는 일이다. 조금 부족해도 스케치니깐 봐줄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덩달아 마음도 넉넉해진다. 영화도 허구의 한 장면이라 생각하면서 편하게 볼 수 있어서 좋다. 서로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건축가 남궁현자님이 직접 설계하고 직접 살았다는 영화 속 기생충(parasite)의 집은 여러모로 관심이 간다. 가상의 인물이고 가상의 건축물이지만 건축을 만드는 입장에서 재미있는 구석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어진다면 집의 규모가 궁금하고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많은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완성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건축을 통해서 블랙코미디의 이야기의 완성을 이루었다는데 더욱 관심이 많이 간다.

건축가 남궁현자의 집이 주인공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건축물의 역할이 컸던 영화다.

​바닥 단 차이가 군데군데 있어서 영역을 확실히 구분하고 위계를 줌으로써 공간이 잘 설명되도록 봉테일적 측면에서 신경을 많이 쓴 건축물이라는 점은 이미 당연하게 생각된다. 또한 호화롭고 평수가 넓은 집의 구성이 궁금해지면서 관심이 가는 건축가의 집으로 읽히면서 더욱 재미있다. 거실에는 고급 오디오와 큼지막한 스피커, 구석진 곳에 와인바 그리고 간단히 이야기할 수 있는 별도의 테이블이 있고,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거실과 마당 쪽으로 열린 구조로 되어 있어서 넓은 마당 쪽으로 시설을 끌게 하는 역할을 하는 장치가 된다.

영화 내용 중 문광 역할을 맡은 이정은 배우가 주방 구석진 복도로 뛰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쪽으로 따라가면 가사도우미가 쉬는 공간이 있으리라 추측된다. 괜히 엿보게 된다는 것이 흥미롭다.

건축도 소설처럼 삶을 배경으로 하는 시나리오가 있다고 본다.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하면 이유도 없이 궁금해지고 쳐다보고 있는 문에서 사람이 나와야 하는데 하면서 조바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도 그렇고 갑자기 위층에서 내려오는 계단에 엿보는 장면은 왠지 계단이 아니었다면 감동이 떨어질 것 같고….

현실의 건축도 이야기가 있다. 전직 시나리오 작가였던 건축가 렘 콜하스가 초기 건축 작업에서 시나리오적 관점을 반영한 작품이 있다. 파리 근교에 있는 빌라 달라바는(Villa Dall' Ava) 좁은 옥상에 수영장이 있고 유유자적으로 수영하면서 파리 중심에 있는 에펠탑을 볼 수 있도록 시선을 이끄는 장치를 만들었다. 그전까지 공간으로만 설명했던 건축을 영화적 장치로써 변환 시킨 명장면을 만든 건축이다. 시나리오에 배경을 두고 전개되는 기생충의 배경이 되었던 남궁현자의 집은 일상적 집짓기의 시선을 공간에 관심의 중심이 되는 건축공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된다.

주인이 없는 세트장이지만 관객이 주인이 된 느낌으로 관심을 가득 채운 집으로 거듭났다.

시나리오가 상상력을 부여해 풍성한 집이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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