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상 불참...로비 집합ㆍ현수막 펼치기도
참가 연수생 "임용 문제는 입소식과 별개" 입장

(고양=연합뉴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을 검사로 바로 임용하겠다는 법무부 방침에 반발해 42기 사법연수생 일부가 입소식을 거부하는 등 사실상 `집단행동'에 나섰다.

사법연수원(김이수 원장)은 2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연수원에서 42기 사법연수생 974명의 임명장 수여식(입소식)을 개최했으나 대상자 가운데 상당수가 법무부 방침에 대한 항의 표시로 행사에 불참해 파행을 겪었다.

로스쿨생의 검사 임용에 반대하는 연수생 100∼150명은 입소식에 참가하지 않은채 연수원 기숙사 앞에 집합하는 방식의 단체행동으로 집단 의사를 표시했다.

입소식이 열린 대강당에는 절반이 넘는 연수생이 불참해 곳곳에 빈자리가 보였고 연수원 측의 독려에도 결국 400명 정도가 참석하는 데 그쳤다.

임명장 수여가 시작되자 연수생 2명이 단상 아래서 기습적으로 `로스쿨 검사 임용방안 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행사 진행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앞서 14개 반별로 열린 교수 상견례 및 명찰 배부식에는 `입소식 불참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돈 탓인지 각반 정원인 70여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0~30명만이 참석했다.

입소식 행사를 거부한 한 연수생은 "단순하게 입소 거부가 아니라 로스쿨생이건 연수생이건 출신을 떠나서 똑같이 경쟁하자는 취지"라며 "로스쿨에는 사법시험 공부를 하다 떨어진 수험생, 고위층 자제 등도 많이 있을 텐데 학장 추천으로 뽑는다는건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연수생 이모(23)씨는 "불이익이 걱정돼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고 말했으며, 정모(27)씨는 "입소 후에 공식 문제 제기나 성명을 발표하면 함께 하겠지만, 입소식은 별개"라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사법연수원 측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대처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행사 종료 이후 더 이상의 집단행동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연수생들은 반별로 진행되는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는 등 원래 짜여진 일정대로 움직였다.

42기는 1일 자로 사법연수생으로 발령이 났기 때문에 이미 별정직 공무원의 지위에 있으며 임명장 수여식은 내부 행사라서 참가 여부가 신분에 바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앞서 법무부는 로스쿨 출신 중 학장의 추천을 받은 성적 우수자를 별도 시험 없이 검찰 실무수습과 심층 면접을 거쳐 검사로 임용하는 등 로스쿨생 일부를 바로 검사로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사 단체를 중심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크게 해치는 계획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으며 법원과 검찰에서 실무수습 중인 41기 연수원생이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집단 반발했다.

41기 연수원생들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법무부의 로스쿨생 검사 사전 선발은 현대판 음서제"라고 비판하고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배출되기 전에는 연수원 수료자들만으로 신규 검사가 임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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