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

얼마 전 집에서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을 봤다. 서구 가톨릭 수백년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살아 있을 때, 교황 자리를 프란치스코 현 교황에게 자리를 물려주는실화를 줄거리로 한 영화이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와 뒤를 이은 프란치스코 현 교황이 주인공이다.

두 교황의 삶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관심을 끌었던 것은 축구를 소재로 한 담론이었다. 독일 출신의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아르헨티나 태생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축구의 나라 국민답게 모두 축구 매니아였다.

가톨릭 수장들이 축구를 좋아 한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게 비쳐질 수 있다. 두 나라에서는 가톨릭 종교만큼이나 축구가 생활화됐기 때문이다. 성당 못지않게 넓은 축구장을 많이 볼 수 있는 게 두 나라의 모습이기도 하다.

두 교황은 딱딱한 교리보다는 글로벌한 대표적인 스포츠 종목인 축구를 소재로 얘기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군대식 위계질서가 엄격한 카톨릭의 세계이지만 소소한 개인들의 ‘축구 이야기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두 교황이 같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독일과 아르헨티나 결승전을 함께 TV 중계를 통해 관람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현직 교황과 전직 교황은 함께 결승전을 보면서 자국팀을 열심히 응원하는 장면이었다.

현직 교황이 스스로 사퇴하고 자리를 물려주는 실화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이지만 실제적인 내용에서는 허구적인 것이 포함됐다. 두 교황이 월드컵은 같이 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영화에서 끝을 장식하는 장면으로 내세웠던 것은 두 나라의 스타일이 축구를 통해서 너무 다르게 드러나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 전차군단처럼 질서정연한 정치, 사회체계를 갖춘 독일은 축구도 빠른 공수전환과 조직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베네딕토 교황도 이러한 독일적인 특성을 많이 지니고 있었다. 원칙주의자에 가까운 베네딕토 교황은 보수적인 바티칸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황 재임 중 잇따른 스캔들이 벌어지며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새로운 교황의 탄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스타일에서 베네딕토 교황과 대척점에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오랜 군사독재와 부패된 사회의 영향으로 가장 낮은 자리에서 진보적인 시선으로 가톨릭의 미래를 내다보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베네딕토 교황에게 새로운 교황감으로 딱 눈에 들어왔다.

아르헨티나 축구는 화려한 개인기를 기본으로 역동적인 리듬감 있는 축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끈 ‘축구 신동’ 마라도나가 대표적이다.

펠레시대를 접고 ‘마라도나 시대’를 활짝 열었던 그는 한때 종교열에 가까운 광적인 팬들을 세계 각국에서 갖고 있었다. 독일과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등 주요 축구대회에서 항상 대조적인 스타일로 용호상박의 명승부를 펼쳤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인 영화의 흥행을 위해 ‘두 교황’ 제작진은 이러한 두 나라의 축구 소재를 영화의 주요 장면으로 집어넣은 것은 ‘신의 한수’ 같은 기획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마침 교황 자리가 바뀌는 시기가 공교롭게 2014년으로 딱 맞아 떨어졌다. 축구는 두 사람의 우의를 통해 감동을 낳았고, 영화는 성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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