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산동성 연태시에는 월아만(月牙灣) 또는 월량만(月亮灣)이라는 공원이 있다. 만은 산을 등지고 바다와 마주한 모양이 구부러진 달처럼 생겼기 때문에 ‘반월만(半月灣)’이라고도 부른다.

1979년 가을, 중국공산당 지도자 섭검영(葉劍英)이 ‘월아만’이라는 시를 지었다. 월아만에는 모래도 진흙도 암석도 없다. 전체에 깔려 있는 것은 동그랗고 수정처럼 빛나는 난석(卵石)뿐이다. 난석은 오색이 영롱하게 빛나는 돌로서, 해변에 깔린 조약돌이 오랜 세월 동안 파도에 씻겨서 형성됐다. 산동반도의 건너편에 있는 백령도의 바닷가에서도 이러한 난석의 아름답고 영롱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물속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보석처럼 빛나는 난석도 일단 물 바깥으로 나오면 빛을 잃고 만다. 아무래도 자연은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예로부터 문인들은 난석을 칭송했다. 소동파는 장도의 둥근 자갈을 이렇게 찬미했다.

“많은 아름다운 돌이 오색찬란한 무늬를 자랑하거나 금빛을 내고 있었다. 이천장(李天章)이 등주의 수령이 되자, 오자야(吳子野)와 함께 찾아갔다. 등주에 물러나 은거를 할 때 사람들을 시켜서 여러 섬에서 돌을 구해왔는데 12개였다. 모두 빼어난 색깔이 찬란했다.”

장도현(長島縣)의 타기도(砣磯島)는 귀도(龜島)라고도 부르는데, 장도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섬에는 속칭 ‘입(口)’이라고 부르는 항만이 많아서 한 마을에 하나씩 입이 있다고 할 정도이다. 이 섬에는 여러 가지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황화채(黃花菜)와 산단홍화(山丹紅花)가 만발하고, 곳곳에서 대승조(戴勝鳥)라고 부르는 오디새와 검은 나비를 만날 수가 있다. 타기도의 특산물은 채석(彩石)이다.

아주 단단해 쉽게 부서지지 않기 때문에 수 천 만년 동안 바닷물과 바람에 침식됐다. 해변을 가득 채운 채석은 앉아있거나 서있고, 혹은 둥글게 마모돼 갖가지 형상을 드러내고 있다. 돌의 색채는 청색을 주로 하고, 간간히 적색, 황색, 흑색, 자주색, 백색, 녹색 등의 색깔의 무늬가 곁들여져 각종 문양을 만들고 있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섬의 돌은 공예재료로 명성이 높아서 벼루의 재료로나 수석으로 인기가 높다. 벼루의 재료로 사용되는 돌은 푸른빛이 도는 듯한 검은색으로 석질이 단단하고 샛별무늬가 눈발이 휘날리는 것처럼 들어 있어서 ‘금성설랑석(金星雪浪石)’이라 부른다. 이 돌로 만든 벼루인 ‘금성설랑연’은 명품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이 벼루는 보드랍고 매끄러우며, 섬세한 가운데 도드라진 곳이 있고, 부드러우면서도 강하여 먹을 갈면 쉽게 마르지 않는다. 청대에는 이 벼루가 공납품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건륭43년(1778), 직접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던 건륭제는 이 벼루를 주제로 다음과 시를 지었다.

타기석각오리반(砣磯石刻五螭蟠), 수묵하수과마간(受墨何須夸馬肝).

몰이시중례소품(沒以詩中例小品), 위동도수여교한(謂同島瘦與郊寒).

타기도의 돌에 꿈틀거리는 교룡 다섯 마리가 새겨놓고,

먹을 가니 말의 간이라 해도 좋겠네.

시를 짓는데 이 벼루를 소품으로 다 써버리니,

이 섬에는 아무 것도 없고 썰렁하기만 하겠지.

패왕산(覇王山)의 수석도 유명하다. 풍랑에 침식돼 운모 40%, 석영 30%, 녹니석(綠泥石) 25%, 기타 광물질이 20% 정도 포함된 돌은 남색이나 백색 사이에 띠를 두른 것처럼 다양한 색깔의 무늬가 아로새겨졌다. 세워서 보면 백색 운무가 겹겹이 늘어선 산을 휘감고 있으며, 가로로 보면 휘날리는 폭포수가 쏟아지는 것 같은 최상품이다. 어렵게 월아만의 난석과 타기도의 채석을 구했다. 매화가 필 때 그 아래에서 전각을 하려는 꿈에 젖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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