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를 사실상 소유하면서 그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를 사실상 소유하면서 그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9

1심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

“동료 추궁, 금도 아냐” MB

태도 바꿔 적극적 증인신문

증인 대부분 불리한 진술만

흥분한 MB, 증인 향해 욕설

2심 징역 17년으로 역효과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자동차 부품사 ‘다스(DAS)’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79) 전(前) 대통령에게 법원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1심의 중형에 충격 받은 이 전 대통령 측은 1심에서 지키던 원칙을 깨고 2심부터는 적극 증인신문에 나섰으나 허사가 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김세종 송영승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2시 5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1심이 부과한 추징금 82억원은 57억 8000여만원으로 감소했다.

대통령이 재임 중 직무에 관해 받은 뇌물죄는 다른 범죄와 분리해 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재판부는 뇌물죄에 대해서 징역 12년과 벌금 130억원, 횡령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선 징역 5년이 선고됐다.

◆1심 결과에 충격 받은 MB, 항소심 전략 수정

앞서 이 전 대통령은 1992~2007년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49억원을 조성해 횡령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억 7000여만원을 대납하게 하는 등 110억원의 뇌물수수 등 16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다스를 통해 삼성이 대납한 미국 소송비 가운데 61억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에게 받은 23억여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받은 10만 달러 등 85억원의 뇌물 혐의를 인정했다. 이외에도 246억원대 다스 자금 횡령 등 7개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여원을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재판에 넘겨진 뒤 “같이 일해 온 사람들을 법정에 불러 거짓말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는 것은 금도가 아니다”라며 증인신문을 일절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부터는 증인심문에 적극 참여해 증언의 신빙성을 다퉜다. 항소심에서 결과를 뒤집기 위해선 증언의 신빙성을 떨어뜨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1심에 증인으로 출석한 적이 없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등 핵심 관계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를 사실상 소유하면서 그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를 사실상 소유하면서 그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9

◆증인들 불리한 진술만 잔뜩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 계획대로 재판이 흘러가진 않았다. 항소심 첫 증인이었던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 측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않았다.

이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한 뒤 돈을 주도록 지시했다”고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경위를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에 흥분한 이 전 대통령은 이 전 부회장을 향해 “미친 X”이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검찰은 이를 항의했고, 재판부도 이 전 대통령에게 주의를 주기도 했다.

이른바 ‘MB 비망록’을 작성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이 전 대통령을 도와주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자금 지원 계기에 대해 묻자 “가깝게 계신 분이 큰일을 하게 돼서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잘 계시면 제가 도움 받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이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 아니겠나”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이 작성한 비망록엔 이 전 대통령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에 현금을 건네고, 자신이 뜻하는 바가 이뤄지지 않자 그를 원망하는 내용 등이 빼곡히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제공한 16억 1230만원 중 16억원을 뇌물 혐의액에서 뺐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도 “이 전 대통령이 비자금 조성을 위한 다스의 분식회계를 지시했다”며 “다스는 이 전 대통령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불러 신문하려 했으나, 김 전 기획관은 불응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과 40여년을 함께하며 ‘집사’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기획관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 전 대통령의 각종 뇌물수수 혐의를 털어놔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게 한 핵심 인물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를 사실상 소유하면서 그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를 사실상 소유하면서 그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9

◆유리한 증언은 법원이 인정 안 해

물론 이 전 대통령 편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이병모 전 청계재단 사무국장은 이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다. 특히 이 전 사무국장은 자신의 검찰단계 진술까지 뒤집으며 애썼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이 밝힌 내용과 이 전 사무국장의 검찰 진술이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이 전 사무국장 검찰 진술조서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결국 항소심으로는 이례적으로 1년 4개월의 시간 동안 17명의 증인을 신문했음에도 이 전 대통령 측은 형을 줄이긴커녕 오히려 2년이 늘어난 결과만 받게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가 원수이자 행정 수반인 대통령으로 본인이 뇌물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있다면 관리·감독·처벌해 부패를 막아야 할 지위가 있었다”며 “그러나 지위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고 공무원이나 사기업 등에서 뇌물을 받고 부정한 처사를 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각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이를 다스 직원이나 함께 일한 공무원, 삼성그룹 직원 등 여러 사람의 허위진술 탓으로 돌린다”며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질 부분이 명백함에도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고 질타했다.

재판부의 선고를 들은 이 전 대통령은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법정에 그대로 머물렀다. 10분여가 지나서야 간신히 몸을 추스른 뒤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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