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출연배우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출연배우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9

 

아카데미 4관왕의 주역들 한자리에 모여

‘오스카 캠페인’ 마치 게릴라전과 같아

다양한 아이디어와 팀워크가 홍보 전략

영화 ‘기생충’ 흑백판 개봉에 기대감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영화 ‘기생충’의 긴 여정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4월 제작보고회부터 지난 1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마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세계 여러 곳을 다니다가 (제작보고회를 진행했던) 이곳으로 다시 돌아왔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 자체가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다 수상의 영광을 안은 기생충 팀이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생충의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부터 배우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등이 참석했으며 곽신애 바른손E&A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기자회견은 11시부터 진행됐지만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많은 취재진들의 취재로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방송인 박경림씨의 진행으로 시작된 기자회견은 약 한 시간동안 기자들의 질문과 기생충 팀의 솔직한 답변으로 이뤄졌다.

오스카 캠페인에 대해 봉 감독은 “캠페인 당시 배급사 네온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중소 배급사였고 우리가 처한 상황은 게릴라전이라고 볼 수 있었다”면서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스튜디오에 비해 예산은 훨씬 못 미쳤지만 열정으로 메꿨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작들은 LA 시내의 거대한 광고판과 TV 광고 등이 있었다면 우리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팀워크를 통해 물량의 열세를 커버하면서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공식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공식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9

그러면서 그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저뿐 아니라 노아 바움백, 토드 필립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바쁜 창작자들인데 왜 창작의 일선을 벗어나서 스튜디오와 함께 많은 돈을 쓰며 이런 일을 할까라고 낯설어했다”면서도 “반대로 생각해보면 캠페인을 통해 작품을 밀도 있게 검증하는구나,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점검하는 과정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또 배우 송강호는 “미국에 처음 갈 때 어떻게 보면 처음 경험하는 과정이라 아무 생각 없이 갔다고 해도 무방했다”며 “6개월 동안 함께 호흡하고 대화하면서 내가 아니라 타인들이 얼마나 위대한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작품을 통해 세계 영화인들과 호흡하고 어떤 공통점에 대해 공감을 하고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면서 “6개월이 지난 지금 나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외신 인터뷰에서 ‘로컬’이라고 말했던 것에 대해 “처음 캠페인을 하면서 도발한 것은 아니”라면서 “영화제 성격에 대한 질문에 유럽 영화제와 미국 영화제를 비교하다가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생충이 ‘괴물’이나 ‘설국열차’보다 더 열광을 받는 이유로 ‘현실적인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빈부격차에 대해 찍은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괴물 때는 한강변에 괴물이 뛰어다니고, 설국열차에서는 미래의 일이 일어나는 ‘SF’적인 요소가 있었지만 이번 기생충에서는 없었다”면서 “동시대의 일이자 이웃에서 볼 수 있는 일이다.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와 현실에 기반하고 있는 분위기의 영화이기 때문에 폭발력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아침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편지를 보냈다. 개인적으로 보낸 내용이기에 다 말은 못하지만 마지막에 ‘그동안 수고했고 쉬라’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차기작을 기다리니 조금만 쉬라’고 했다. 감사하고 기뻤다”고 밝혔다.

또 다음 주 개봉되는 기생충 흑백판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봉 감독은 “마더 때도 흑백 버전을 만든 적이 있는데 다른 거창한 의도라기보다 고전 클래식 영화에 대한 동경과 로망”이라면서 “내가 만약 1930년대 살고 있고 흑백으로 찍었다면 어땠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고, 노테르담 영화제에서 상영했는데 기분이 묘했다”고 말했다.

흑백영화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냐는 질문에 “제가 먼저 이야기하면 선입견이 생길 것 같아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흑백으로 보면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 연기를 더 느낄 수 있다”면서 “알록달록한 컬러가 사라지면서 배우들의 표정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미리 말하는 것보다 보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으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영화 ‘기생충’ 공식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영화 ‘기생충’ 공식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9

기생충의 미국 HBO 드라마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봉 감독은 “기생충이 가지고 있는 빈부격차에 대한 이야기를 블랙코미디와 범죄드라마 형식으로 풀어낼 것”이라면서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구체적인 에피소드나 스토리는 아담 맥케이 감독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5월에 설국열차가 드라마로 방영이 되는데 처음 이야기 나오고 5년여 만에 방영되는 것을 보면 기생충도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며 “아담 맥케이 감독과 순조롭게 첫 발을 내딛고 있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외신 기자의 질문도 있었다. CNN 기자가 ‘기생충’이 한국 사회의 불균형을 말하는 데도 관객들이 열렬히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봉 감독은 “이런 질문은 많이 받았다”면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는 “제 영화는 우스꽝스럽고 코미디적인 모습이 있지만 현대사회가 가진 빈부격차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것을 1㎝라도 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처음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정면 돌파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면서 “어쩌면 관객들이 싫어할 수 있겠지만 그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달콤한 장식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최대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해 만들고 싶었고 위험하다고 해도 당연히 그렇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봉 감독 외에도 각본상을 받은 한진원 작가를 향한 질문도 있었다. 기생충이 큰 반응을 얻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한 작가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매번 답을 내리지 못했다. 답을 알면 좋겠는데”라면서 “제 생각에는 우리 영화에는 아주 잔혹한 악당,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대립으로 내용이 흘러가지 않고 10명의 캐릭터마다 각자의 욕망이 나타나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이유가 드러난다. 이에 캐릭터마다 연민을 가지고, 캐릭터마다의 이야기를 따라갈 때마다 색다른 즐거움이 다가온 것은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의 삶은 박 사장보다 기우의 환경에 더 가깝게 살았다. 박 사장의 집은 판타지와 같았다. 그래서 취재원들의 취재가 중요했고 그 내용을 감독님과 나누면서 즐겁게 작업했다”면서도 “정리가 잘되지 않는다”고 웃으며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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