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제92주년 3ㆍ1절인 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한 아파트 단지. 8개 동 1천89가구가 사는 이 단지에는 태극기를 내건 집이 15곳 밖에 되지 않았다.

용산구 일대 아파트 단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신계동과 이태원 등에 있는 3개 아파트 단지 1천500여가구 가운데 국기를 내건 집은 한 곳도 없었다.

연합뉴스가 3.1절 당일 서울시내 주요 아파트 단지를 둘러본 결과 태극기를 건 가구는 대개 1개 동에 5~6곳에 불과했다.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는 5개 동 778가구 가운데 고작 9가구만 국기를 걸었고, 746가구가 사는 노원구의 아파트 단지에서도 12개 동 가운데 3개 동에는 태극기가 전혀 걸리지 않았다.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늘어난 주상복합의 경우 아예 국기게양대가 설치조차 안 된 경우도 많아 국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 건물이 대부분이었다.

시민들에게 국기를 달지 않은 이유를 물었더니 "굳이 달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먹고 살기 바쁜데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

마포구 한 아파트 단지 주민 이모(50.여)씨는 "태극기를 어디서 사야 하는지도 모른다"며 "적극적으로 태극기를 달아야 한다는 인식이나 여론이 별로 없다 보니 매번 잊고 지나간다"고 말했다.

택시를 운전하는 김모(58)씨는 "나라에서 태극기를 나눠주고 꼭 달아야 한다고 독려하면 모를까, 먹고 살기도 바쁜데 일일이 신경 못 쓴다"며 "태극기를 챙겨 놓고 때 되면 다는 사람들은 여유 있는 이들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아침 눈발 섞인 비가 내린 터라 국기를 달면 안 되는 줄 알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동작구 흑석동에 사는 최모(58)씨는 "비가 오는 날 태극기를 걸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아마 주민 대부분이 그렇게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제정된 국무총리 훈령 `국기의 게양ㆍ관리 및 선양에 관한 규정'에는 `심한 눈ㆍ비와 바람 등으로 국기의 훼손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게양하지 않는다'고만 돼 있을 뿐 비나 눈이 온다고 해서 국기를 달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은 없다.

이래원 대한민국국기홍보중앙회 회장은 "3ㆍ1운동 때 우리 선열들이 태극기를 들고 나라를 지키려 나섰다는 점에서 태극기는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국가적 상징"이라며 "교육계나 사회 지도층부터 국기의 중요성 알리기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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